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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영흥도, 뚝방의 추억(팬션)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인연이란? 사람하고만 이뤄지나? 아니라고 본다. 나는 공간과의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나만의 은밀한 공간으로 유지하고 픈 유혹이 있었으나 세상은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은 행운을 안고, 이후로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선점하는 것이다. 인간은 놀기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여행을 즐긴다. 물론 여행에서 찍는 사진이 나의 직업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에 더욱 그 놀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행운아라고나 할까. 

그럼 비밀을 누설하고자 한다. 영흥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섬(육지와 연결되어 있음)에 하나 밖에 없는 팬션이 있다. 뚝방의 추억!

뚝방의 추억이란 팬션에는 몇개의 방이 있으나 카라반으로 구성된 방이 2개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좁은 공간의 알뜰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없는게 없는 그 공간의 아늑함 속에서.

오후 4시경에 도착하자, 바닷물이 빠져 있었다. 고인 물에는 강태공들의 망둥어 낚시가 한창이었다. 바다를 가로지른 고압선이 사진의 구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반영과 그들의 집중된 시선이 프레임 속에 들어왔다. 메니아가 생기는 놀이에는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하는 듯하다. 사진처럼.

작은 섬의 뒤로 돌아가는데 외로운 갈매기의 기다림이 보였다. 귀엽기도하고 점잖은 포스로도 보였다. 바위를 때리는 파도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심각하게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떠나온 고향쪽을 향하고 있는 듯,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를 믿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물빠진 바위 사이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포즈와 관계없이 멋진 풍광 속에서 무조건 작품이 되었다. 늦을쎄라 바삐 섬의 뒤를 돌아 뚝방으로 옮겼다.

돌아가는 길에, 마른 하늘에 뭉게 구름이 우리를 반겼다. 잠시후 물 속에 잠길 그곳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젖은 몸을 말리기라도 하듯, 널브러져 있었다. 뭉게 구름의  검은 점들이 맛난 빵처럼 보였다. 시선은 그의 관심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역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사온 횟감과 고기를  요리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뚝방이다. 왕복 2.4km라 했다. 시원한 바람은 도심의 삶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도 남았다.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으려는데 자신들만의 포즈로 흥겨움을 표했다. 자주 여행을 다니는 나는 가족들에게 방어전과도 같은 여행이었으니 최선을 다했다. ㅋㅋ. 설걷이는 무조건 내가. 

사진은 철학이다. 사진은 사람들에게 철학적인 가르침을 준다. 인문학적 시어로 지혜를 준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길목에서,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을 논했다. 보이는 길목으로 들어오는 파도와 우리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들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담벼락에 버려진 대형거울이 낮에는 하찮게 보였지만 석양이 보이지 않던 모퉁이에도 거울은 환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버릴 게 어디 있을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자문하게 했다.

대부도를 거쳐, 선재도를 넘어 영흥도로 가는 길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영흥도의 또 다른 섬 안에 있는 '뚝방의 추억'은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했다. 낯선 풍광, 저녁나절이면 뚝방에 나가야 하는 곳, 뚝방의 추억은 설렘으로 떠나기에 좋은 곳이다. 가슴이 답답하여 자연과의 거침없는 대화가 필요하다면 가보시길....


영흥도, 뚝방의 추억(팬션)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