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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뚝방길에서의 한 여름밤의 꿈.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

인간의 몸은 철저하게 Automatic이다. 항상성을 잃어버리면 면역력이 약해진다. 특히 체온과 시력이 그렇다. 체온은 1도내외에도 몸은 확실하게 달라진다. 카메라는 눈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기계일 뿐이다. 성능 좋은 카메라도 눈의 자동화를 따를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본떠 만들었기에 비슷하게 자동기능을 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멀리서 비춰오는 빛에 의해 주변을 밝히는데는 인간의 눈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고성능카메라의 감도와 스피드 그리고 조리개의 조절에 의하여 생각지도 못했던 비주얼을 만날 수 있다. 낯선 느낌으로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썰물이 나가자 어둠 속에서 바닥을 보였다. 멀리 도심의 불빛이 달빛과 어우러져 어슴푸레한 질감으로 주위가 밝혀지고 있었다. 인공광과 자연광의 조화 속에서 세상이 드러났다. 어둠을 밝혀주는 카메라의 메카니즘은 항상 시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부분까지를 보여준다. 과학의 발달을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할 지에 따라서는 일상이 달라진다. 사진은 우리에게 세상과의 수다를 주선해 준다. 초승달이 별빛과 구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낯선 풍경일 수 밖에 없다.



도착한 팬션(영흥도의 뚝방의 추억) 뒷편으로 난 뚝방길을 걸었다. 섬과 섬을 연결이라도 할 듯 길게 펼쳐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한낮의 더위를 씻겨줬다. 저녁에 한잔술을 걸치고 어두운 뚝방길로 나갔다. 하늘에는 별들이 셀 수 있을 만큼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었다. 화면에 작은 먼지같은 것들이 지저분해 보였다. 컴퓨터에서 다시 보니 깨알같은 별들이 하늘을 수 놓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비함이라. 하늘의 별은  구름사이에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사이 장노출에 의하여 드러난 것이었다. 

'뚝방길'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정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내가 다녀온 뚝방길이 아닌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신작로를 회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춘기, 고독과 삶의 사유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뚝방길'은 이번 여행에서의 주요 키워드였다.


뚝방의 추억, 한 여름밤의 꿈.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