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라.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사람들의 관계는 서로를 속박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도시를 떠나고 싶어한다. 인적이 드문 자연을 원한다. 무인도, 외딴섬, 뭐 보물섬이면 더 좋고. 그러나 자연 속의 '나홀로'란 고독감은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인간에게 행복의 조건은 과함과 부족함의 중간에서 적절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적절함이란 카메라의 적정노출처럼 자신만의 방식이 필요하다.
자연으로 떠났다. 섬은 섬인데 뚝방으로 연결된 섬이었다. 그래도 이름은 섬이었다. 그 섬에는 팬션이 하나 있었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의 <뚝방의 추억>. 지인의 소개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뚝방'이란 단어에는 먼 기억들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나는 섬이라 하지 않고 그냥 공간이라고 했다. 빈 곳,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야 할 곳. 그곳에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저녁때면 뚝방을 걸어야 할, 바닷물이 빠지면 섬 뒷편으로 가야할, 대낮에는 그늘에 앉아 수다를 떨어야 할 듯한 그런 소소한 문화 말이다. 중년의 사진가들이 뚝방에 엎드려 사진을 찍고 있다. 아이들이나 할 짓이라 생각하다가도 카메라만 있으면 용서가 된다. 예술가의 특권이랄까.
바닷물이 빠지고 일행들은 섬 뒤편으로 갔다. 자연만 덩그러니 놓였던 그곳에 사람은 꽃이었다. 함께 있는 사진 한 장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준다. 포즈는 다르지만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결연한 의지로 어디론가 떠나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 같다.
아래에서 뚝방을 바라봤다. 잿빛 사이로 보이는 블루톤의 빛깔이 운치를 더했다. 바닷물과 맞서 싸울 견고한 뚝방을 위해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 끄트머리엔 강아지풀이 당당하게 바닷 바람과 맞서고 있었다. 뚝방의 길이가 왕복 2,4km라 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찍을 거리가 천지였다.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젠 그 시간까지도 추억의 저장고에 남아있다.
<뚝방의 추억>,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만들어낼 추억들이 생동하는 곳이다. 여행은 where의 문제가 아니라 how의 문제가 아닐까. 그곳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우리들의 추억으로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뚝방을 추억하다. 마이더스 10월 칼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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