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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힐링여행, 뚝방의 추억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힐링은 나와 내가 만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만나기위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다. 기억이란 어린시절,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떠올린다. 의외로 어른들의 놀이가 대부분 아이들의 것과 닮아 있다. 서로 경쟁하고, 더울어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인데 다분히 아동스럽다. 아이같은 행동을 하며 낄낄거리고 웃는다. 힐링여행을 떠났다. 나에게는 익숙한 곳이지만 함께 갔던 사람들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뚝방의 추억', 올해만도 6-7번은 족히 다녀왔다. 섬 안에 팬션이라, 물론 이름부터가 과거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영흥도 서남단? 쪽에 위치한 이 섬은 섬이랄 것도 없다.  이젠 뚝방으로 연결되어 섬이 아니다. 이름만 섬일 뿐이다. 점심은 대부도에서 칼국수를 먹고 물때를 몰라 뷰랴 부랴 달려갔다.  오후 2-3시경이라 바닷물이 빠지고 있었다. 이곳의 묘미는 섬 뒷편으로의 둘러봄에 있다. 물이 들어오면 덮여버릴 그 곳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사진가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연신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굴따는 아주머니를 찍는다는 미명하에 다양한 영상을 프레임에 담고 있었다.

더불어 함께 있음. 나는 어디에서든 기념촬영을 한다. 남발할 정도로 찍는다. 그러나 남는 건 그것 뿐이다. 누구랑 언제 어떻게 어디를 갔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단서이다. 섬 뒤쪽을 배경으로, 알몸이 드러나 바위 위에 서서 당당함을 과시했다. 각자의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탐사라도 하듯, 이리저리를 살피는 못짓이 정감있게 다가왔다. 바위마다 다닥다닥보여 붙어 있는 굴껍질들이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물에 잠겼던 그곳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행은 신기해 했다. 밋밋하던 모래바닥과는 다른 오묘함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갈매기도 숨죽인 바닷가에는 간간히 바람과 셔터소리만이 그 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흥미로움이란 낯선 광경과의 조우에서 만들어내는 감정의 일종 아닐까?

이 광경은 설명이 필요하다. 일인이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벗고 있었다. 이유는 갯뻘에 들어가겠다는 거였다. 안 쪽을 찍겠다는 작가정신이 위대해 보였다.  잠시 후, 신발을 신고 가뿐히 걸어오던 1인이 있었다.  한쪽은 뻘이었지만 또 다른 한쪽은 단단한 모래였던 것이다. 용기냐, 지혜냐? 그것이 문제로다. 허탈한 1인이 지혜로운 1인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상황은 인생을 비유하며, 정답은 없음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념촬영의 방법을 하나더 확보했다. 암벽타기식, 매달리기식 기념촬영.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12초의 셀프타임을 해놓고 나는 뛰어 올라 남들보다 더 높은 곳을 향했다. 석양의 빛이 바위에 투사되면 붉게 물들 이 백그라운드가 최소한 우리가 기념촬영할 동안만큼은 겸손한 자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념촬영하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끌어주기위한 자연의 오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배려!

뚝방을 걸었다. 왕복 2,4km인 뚝방을 걸어가는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여인의 머리카락과 외투가 바람에 펄럭이는 느낌이 바람의 강도를 말해 주었다.뚝방아래를 바라보는 사람의 몸짓에는 뚝방의 높이를 가늠하게 해주고 있으며, 짧지 않은 길이 고행임을 말해준다. 일렬로 쭉 걸어가는 동료들과의 행진은 어디까지나 흥미진진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뚝방의 끄트머리가 도착했을때는 그랬다. 다시한번 놀이를 시도했다. 기념촬영 놀이! 기념촬영까지도 놀이로 바꿔낼 수 있는 사진찍기의 재미란, 스스로도 놀란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각자의 실루엣과 동작의 크기에 따라서 그를 알 수 있다. 실루엣은 그를 가늠하지만 몸짓은 그사람의 성향을 알려준다. 명확하게 각자를 찝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바디랭귀지가 학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은 힐링이다. 사진찍기도 힐링이다. 그럼 사진여행은 힐링을 배가 시킨다. 과학의 발전은 카메라의 메카니즘을 편리하고 세련되게 만들었고, 문화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친근하게 만들었다.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필수인 지금 카메라로 힐링하는 여행은 현명한 선택임에 틀림없다. 


힐링여행, 뚝방의 추억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