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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새해맞이, 석모도 여행을 말하다. 마이다스 연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새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기대에 설렌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새로운 시간들이어서 더욱 애착이 간다. 우리 가족은 매년 1월 1일이면 여행을 떠난다. 한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여행지에서 맞이한다. 여행이라는 새로운 공간 속에 새로운 시간을 접목시키면 기억과 기대로 미소짓는다. 올해는 석모도였다. 

강화도의 어느 항구에서 배를 타고 건넌다. 건넌다는 말의 의미는 차를 배에 실고 간다는 뜻이다. 잠깐이면 건넌다. 길어도 다리가 놓아져 자유롭게 갈 수 있지만 이곳은 색다르다. 건너편엔 교각공사가 한창이었다. 2017년말이면 완공된단다. 내가 섬을 좋아하는 이유는 불편한 접근성과 사람 손을 덜 탄다는데 있었다. 다리가 건설되면 섬으로 가기 쉽다. 그러나 섬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섬이란 외로워 보여야 하고 찾아가기 힘들어야 한다. 나의 고집스런 생각일 뿐이다. 그 불편함이 오래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남겨진, 낡음에 대한 향수가 살아난다. 냇가가 있고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질감이 기억을 부른다. 전기줄이 너플거리고, 새들이 날아와 놀다간다. 차를 세웠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시간을 끌고 가족은 마냥 기다린다. 가족들의 배려 속에 우리들의 여행은 흥겨운 기억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묶었던 팬션 앞 바닷가! 여느 해변하고는 달랐다. 물빠진 바닷가에 바위들이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질퍽이는 뻘을 지나 바위에 올라간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 멀리에서도 사람들의 몸짓이 빤히 보이는 이유는 닮은 꼴, 사람에 대한 관심때문이리라. 사진에는 그가 존재하는 이유도 자신을 닮은 것을 찍어내는 촬영자의 습성때문이다. 멀리 파도치는 곳까지 달려갔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아내, 그들이 즐거운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신년여행 석모도의 기억을 카메라에 저장시켰다. 즐거운 기억들로만.

새해맞이, 석모도 여행을 말하다. 마이다스 연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