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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2016년 신년 가족여행, 석모도를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작가이면서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롭기위한 계획이 하나 있긴 하다. 스튜디오를 없애는 것이다. 공간은 공유의 문제로 풀면된다. 익숙한 일상에서 바꾼다는 것이 낯설기 때문이리라.  사진으로는 항상 낯설게 하기를 강조하는 내가 말이지. 자유인인 듯 자유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나를 따라 다닌다. 

매년 1월 1일이면 우리 가족은 여행을 떠난다. 묵은 해의 일몰과 새해의 일출을 보러가기위해서이다. 이렇게 마음편하게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주말에 쉬고, 우리 부부는 주중에 가능하니 어쩔 수 없는 견우와 직녀일 뿐이다. 내집같은 '뚝방의 추억' 팬션에서 신정날 아침일찍 떡국을 먹고,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가는 석모도로 출발했다.

석모도의 바닷가에서 가족끼리 기념촬영을 했다. 셀프타이머 2초의 다급함을 피하기위해 12초로 해 놓고 사진을 찍었다. 빨간불이 신호를 해주지만 눈치보다가 시점을 놓쳐 엉성한 표정과 포즈다. 아예 2초를 놓고 뛰어가면서 찍는 '긴박감' 컨셉이 더 나을 뻔 했다.

강화도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향했다. 난간에 서서 바라보니 멀리 떠나가는 여행객처럼 낭만스럼 느낌이 살짝 들었다.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 먹으려 갈매기들이 곡예를 하고 있었다. 따라오고 달아나는 듯, 숨박꼭질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설레게 했다. 아이들은 차안에서 꼼짝하지 않으려하자, 우리 내외는 배위로 올라가 바닷내음을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차가 실렸다. 아마 5분정도, 짧은 시간이면 건너는 곳이었다. 2017년 말에 완공된다는 다리가 건설되고 있었다. 섬은 배를 타는 불편함은 있지만 다리를 놓는 순간  섬이라는 개념은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다. 마냥 좋은게 어디 있을까? 이런 거리에 다리를 놓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만 이해관계가 아직까지 배로 차를 실고 갈 수 밖에 없는 말못할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싸지 않은 배삯이 다리가 생기면 꽁짜인데,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밥벌이가 걱정이 살짝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착한 곳은 바다가 휜히 보이는 팬션이었다. 팬션 뒷편에 차를 세우고 낑낑거리며 먹거리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통유리는 전망은 좋은반면 방안에 위풍이 센관계로 바닥은 쩔쩔 끓지만 코는 시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자면 끝인 인생이어서 문제없이 즐거운 기억만 가지고 있다. 가족끼리 자주 못가자 아내가 무척 즐거워했다. 또한 그런 상황들이 미안하면서 기분 좋았다. 여럿이 뭉쳐서 다녔던 여행이 이젠 소가족으로 가게 되기까지, 말하자면 철들기 까지는 10년도 넘게 걸렸다. 왁자지껄해야 즐거운 것이고 여행이란 생각이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가족끼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거리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이란 걸 느꼈다. 두번째 방문했던 석모도는 왠지 아직도 섬의 운치가 살아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

팬션으로 가는 도중에 오래된 건물에 눈이 갔고, 바닷가에 물이 빠진 곳에 멋진 바위가 내 카메라의 먹잇감이 될 줄이야. 어째튼 여행에는 항상 카메라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억을 저장해 놓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어서 좋다. 2016년 새해는 석모도에서의 즐거운 추억으로 항상 웃을 일이 생길것만 같다.


2016년 신년 가족여행, 석모도를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