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솔잎 향기 팬션을 찾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 아니 휴가란 게 그렇다. 잘 먹고 잘 놀다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끼리 떠나는 휴가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2012년 여름휴가는 짧게 2박3일로 마무리를 지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18명의 대군이 모여서 왁자지껄하다가 왔다. 더욱 우리를 즐거움을 한 것은 런던 올림픽과 메달이 한 몫을 했다.
이 글을 통해 휴가 속에서 만났던 느낌과 사연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내가 머물렀던 팬션, 솔잎 팬션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형식으로 구성해 보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뭔가 편안함을 주는 느낌을 접할 수 있었다. 아이의 발자욱을 통해 친절함이 표현되어 있었으며, 돌계단 사이에 삐집고 올라온 풀잎들은 자연 친화적인 주인의 기운을 엿볼 수 있었다. 아장 아장 걸어올라오는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다. 알고보니 이집 주인은 40중반이었으며, 늦둥이 딸아이가 있었다. 물감놀이하다가 발자욱이 묻어난 것이라했다. 어느 예술가의 작품보다도 예술적?
이름은 솔잎향기였다. 팬션 뒤에 소나무가 있음을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솔잎의 그윽함을 가까이에서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담담하면서도 정신을 맑게 하는 내음은 복잡한 도심의 고뇌를 금방이라도 씻어내 버린다. 바다가로 느엿거리며 넘어가는 태양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관을 밝혀주는 전등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철판에 구운 삼겹살이 쫀득거리며 그 육즙이 먹는 이를 유혹했다. 시골집에서 가지고 온 김장김치의 아득함과 버섯속에 담백함이 어울어져 막걸리가 춤을 추며 목구멍을 출렁였다. 사진 위쪽에 보이는 매력적인 손은 내 아내의 것이다. 며느리는 열심히 또 열심히 해야 점수를 따는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나도 처가집에 가면 설겆이도 한다. 말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논길 너머 빛을 밝히는 솔잎팬션의 느낌은 다분히 전원적이다. 뒤쪽의 잘빠진 소나무가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억지하나 부리자. 모세의 기적을 형상화한 팬션의 구성이 눈길을 끈다. 두채를 다정하게 붙여놓으며 가운데는 갈라진 바닷물처럼 보인다. 최소한 내눈에는 보인다. 안보이면 상태 안 좋은 거다. 믿거나 말거나. 철마다 이곳에는 개구리, 귀뚜라미,맹꽁이 할것 없이 자연을 노래하는 친구들의 합창을 하겠지.
아니 아티스트의 손길. 이 집 큰딸은 고1 화가다. 중학교때부터 도대회에 나가면 최우수상을 힙쓸었다 한다. 수도가의 허접함을 예술가의 손길로 동심을 불어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다 남은 물감으로 돌맹이에 옷을 입힌 센스! 돌계단의 아이의 발자욱부터 수돋가까지 정서적으로 필이. 어린 시절 물가에서 물싸움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옆집의 텃밭이다. 서울생활 접고 내려온 부부가 일구고 있는 텃밭이다. 팔지는 않는다. 가족은 부부 딸랑 둘인지라 상추 뜯어먹기 버겁다. 한여름 상추가 커가는 것을 보면 무섭다. 이곳은 '허가난 서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그냥 임자 없이 먼저 뜯어다 먹으면 끝이란 이야기다. 술판 벌어지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해결된다. 그냥 씨뿌리고 따먹는 자연과의 계약관계,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
아내가 분주하다. 축제의 시작이다. 대가족이 한꺼번에 모여서 저녁을 먹으려고 폼을 잡고 있다. 아이들이 먹어 재끼는 고기양이 만만찮다. 애들이 상전인지라 먹고 남아야 어른이 먹는다. 세상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아이들이 먹는 것만으로도 뿌듯하신지 빙그레 바라보고만 계신다.
내부 사진을 찍어봤다. 나는 이곳에 빛의 풍성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밖에서 밀려오는 빛은 화난 파도를, 방에서 쏟아지는 빛은 한줄기 소나기로. 폭염주의보는 우리를 하루 종일 에어콘앞에 묶어놓았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은 방안에 집어 넣고 셔터를 눌러댔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과 이층에서 내려오는 빛은 풍성함으로. 이곳에 오는 자는 복을 받을 지니라. 이런 말이 팻말로 옮겨지지 않더라도, 서로가 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느낄수 있는 분위기. 가족이 삶의 기본단위이며 보금자리가 집인고로 집안에 밝음은 사람의 마음까지 긍정성을 만들어준다. 새로 지은 집이라 향긋한 내음이 자는 동안에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마 솔잎향기?
휴가의 첫째는 먹거리에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곳, 예술가의 그것처럼 아낙의 손길이 스치고 지나가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챙겨줄 음식들이 향기를 내며 완성된다. 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줄때 그 벌려진 입에 들어가는 것처럼 재잘거리며 먹느라 정신없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놀곳은 이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쿠션이 들어간 장판위에 뒹굴고 뛰어다녀도 아랫층 어른들은 정겨운 음악소리로 들려온다. 어른이 그린 아이와 아이가 그린 아이는 달랐다. 동심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심을 빠져있는 그림차이였다. 기대고 서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면 잘 어울어진 한 편의 동화가 완성될 것으로 느껴졌다.
심비의 바닷가, 모세의 기적이라는 무창포해수욕장이다. 가족들끼리 조용히 즐기다 가기에 안성맞춤인 이곳에서 아이들의 고함소리는 갈매기와 노니는 듯하다. 사촌들끼리 만드는 추억은 기억의 책장 속에 고이고이 간직될 것으로 믿는다.
3자의 입장에서 이번 휴가와 팬션 그리고 삶에 대한 스토리를 전개하자니 어색하기 그지없다. 비밀을 공개하자면 이 팬션은 여동생 내외가 주인이다. 그래서 이곳이 더욱 자유로웠는지 모르겠다. 바닷가에 소란스러움을 약간 비킨 논두렁 지나 뒷산의 경취를 즐기며 앉아 있는 팬션의 위치는 내가 좋아하는 그 느낌 그대로여서 더욱 이번 휴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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