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임수라.
안개 낀 뒷산의 아우라가 낮은 기운은 아닌듯 하다.
옆 집 소나무의 머릿자락도 그 흐름을 인식한 듯 아리원쪽으로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는 원래 강아지 사진을 잘 찍는다.
개인전 "개똥철학"전도 열었다.
개들이 나를 보며 복종의 표시로 보디랭귀지를 하고 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이렇게 한 것이다.
한 동안 나는 개작가로 통했다.
개 뿐만이 아니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난 고추대들이 일개분대 가량이 사열을 하고 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신 이세구 박사님께 감사를 드릴 뿐이다.
이곳 건강 팬션은 본체와 사랑채로 나뉘어져 있다.
사랑채에서 일 가족 정도 묶을 수 있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마당에서 노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전망대 정도의 공간이다.
이세구 박사님의 연구실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바에 의하며
박사는 머리가 많이 빠질수록 신뢰감이 느껴진다.
나도 요즘 머리가 많이 빠지고 있다.
신뢰감도 좋지만 그만 빠졌으면 한다.
연구도 좋지만 말이다.
이세구 박사님은 탈모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듯 하다.
본체의 거실이다.
창밖으로 함박눈이라도 내리며
이곳에서의 전망은 죽음이다.
넒은 거실이 40-50명이 누워도 될 듯하다.
새벽에 갔을때 그 넓은 공간에 보일러를 틀어놓아서 인지 뜨끈 뜨끈한게
등등 지지고도 남을 정도였다.
어제밤에 네가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지쳐 쓰러진 검은 숯덩이들이 가엾은 자태를 하고 동료들끼리 등을 맞대로 앉아 있다.
나를 보더니 그토록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꼿꼿이 앉은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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