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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장위동 프로젝트, 사진이 컨텐츠가 되는 순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람들은 결과에 집착한다. 보여주고픈 과시욕때문이리라. 결과도 과정도 자신에게 유리하면 되지 않을까. 사진이 그렇다. 멋진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은 결실의 성취감 못지않다.  사진찍기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긍적적 영향을 준다. 사진은 what의 문제에서 how를 넘어 why에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무엇'을 찍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에서 긍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히 why가 필요하다. 사진에 why란 의미에 집중해야할 필요성을 논하고자 한다. 사진의 존재 이유 말이다.

탁상공론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이야기는 현재와 현장에 존재한다. 사진이 현장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듯이. 2015년 도시재생시범사업 역시 지역사진 아카이이 사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적극적 참여가 사람들에게 소통과 공감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인간은 환경을 영향을 받는다. 자신이 살아왔던, 그리고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오래 된것은 폄하되곤 한다. 그러나 느림의 미학처럼 옛것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사진은 믿음이다. 사진으로 가능한 이유는 사진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말이나 글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의 보급이 관건이었다. 공통의 언어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익숙한, 그리고 주관적인 시각을 객관화하고 낯선 세계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역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프로젝트이다. 사진은 창작이다. 창작이란 끝이 없는 무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함께 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시 도시재생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사진으로...  

어린시절 동무들과 딱지치기와 비석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음직한 곳이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고층건물이 들어섰을 곳이 보존되어 있다. 보존이란 미학임을 보여주는 곳도 있다. 피렌체란 도시는 500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은 그곳의 과거를 보러온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루가 저물고, 가로등이 수줍은 듯 베시시 웃고 있다. 

골목의 가로등이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간다. 저무는 날이 아쉬운 듯, 좁은 골목에 켜진 불빛이 어머니의 된장찌게를 떠올리게 한다. 잔잔하게 비춰진 천공광과 골목길에 비춰진 등불이 대조를 이룬다. 길목을 따라 현재의 집들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과 고향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타임머신의 길목이다. 복잡하게 뒤엉킨 전깃줄이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자연과 자연이라는 관계들을 엮어주고 있다.

충남슈퍼와 호남종합설비가 정겹게 앉아 있다. 지나가는 나를 부른다. 빛바랜,  때묻은, 먼지가 풀풀나는 등의 말이 떠오른다. 이들은 우리의 과거가 살아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모두가 하나인 마을에서 함께 어깨동무가 되기를 바라며 나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가르치고, 함께 찍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 전시를 한다. 겉으로는 이 정도로만 보이지만 더 큰 것은 마음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이요, 찍은 사진이 시간이 흐를 수록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장위 1동은 사진이라는 컨텐츠에 의해 즐거워 질 것이다.  


장위동 프로젝트, 사진이 컨텐츠가 되는 순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