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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Book 포토리뷰

영화 <히말라야>, 사진 한장의 역할.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영화, <히말라야>를 보다. 이 영화 속에서 두 장의 사진이 영화 전개에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활용된 사진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과 전개과정에서 어떤 역할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사진은 내 직업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사진과 연관 짓는다. 영화를 봤다. <히말라야>라는 영화였다. 왜 그렇게 힘든 곳에 가서 개고생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그곳에 산이 있어서'라는 말한다. 감동실화라는 수식어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한몫을 했다. 한 동안 책을 모으다시피 구입하다가 요즘은 영화를 모조리 섭렵하고 있다. 보기만해도 다가오는 임팩을 경험할 수 있는 편리함때문일 게다. 요즘 게을러진 게 틀림없다. 아니 나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자 했다고 봐야한다.

톤이 추위를 느끼기에 충분하도록 차갑다.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이 빙박하는 모습을 재연한 장면이다.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낼 정도의 고통을 겪고도 또 산에 오른다.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인지는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영화는 시간이 흘러, 박무택이란 대원은 학교 후배들을 이끌고 산악대장이 되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내려오던 도중 조난을 당해 죽게 된다. 나중에 구조대에 의해 발견한 곳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사진 한장. 아내와 찍었던 사진이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추위를 사진 한장으로 견뎌냈다. 아내와 함께 했던 사진으로 과거의 그 장소에 가 있었을 것이다. 사진은 표상이다. 보는 순간 현실이 된다. 몸은 눈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내와 함께 과거의 그곳에서 미소 짓고 있었을 그 상황을 그려본다. 극한 상황에서 이보다 박무택 대원을 위기에서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또 한장의 사진은 박무택 대원의 주검이 담긴 장면이었다. 엄홍길 대장을 다시 산으로 불러들였던 사진, 의리라는 이름으로 죄책감을 갖게 했고 구조대를 꾸리게 했던 사진. 사진은 그의 부재에도 있음으로 존재하며 역할을 한다. 몸은  현장에서, 그와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함께 한다. 박무택 대원의 손에 쥔 사진은 아내와 영원히 더불어 함께 있음을 인식시켜 줬고,  주검이 담긴 다른 한 장도 대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사진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존재감을 준다. 사진은 생명체이다. 스스로 언어를 구사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사진은 관객에게 감동을 준 강력한 도구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히말라야>, 사진 한장의 역할.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