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주둥이는 육체를 물어 뜯고, 인간은 입으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책은 아픈 마음을 어루 만져준다. 이천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면 그 내용을 불문하고 감동적인 것이다. 호메로스가 두루마리에 적었다는 대서사시가 현대인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영향력이란. 한 인간의 삶 속에 숨겨 놓은 진리는 양파의 껍질처럼 벗길수록 새로운 맛을 선사하다. 갈등, 배신, 환희와 즐거움처럼 뻔한 이야기지가 과학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도 변함없이 독자를 지배한다.
"아아, 인간들은 걸핏하면 신들을 탓하곤 하지요.
그들은 재앙이 우리에게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의
못된 짓으로 정해진 몫이상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호메로스가 인간들에게 던진 '내 탓!'이라는 가르침은 자기성찰를 강요한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지속되는 걸 보면 끊임없이 극복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인간을 교화시켰던 종교나 교육도 이 문제만큼은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도 신을 의지하고 조상이나 남의 탓을 하고 산다. '몫이상의 고통'이란 부메랑처럼 자신의 과오가 눈덩이처럼 돌아온다는 뜻이다. 순리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그 댓가는 냉정하다. 호메로스가 장담했던 '탓'에 대한 응징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인간의 행위, 즉 모든 창작활동도 결국 나를 만나는 것이다. 원초적 본능처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들이 책 속에서 살아 꿈틀거린다. 제우스신이 다른 신들에게 던진 말에는 자신의 못된 짓에 의해 고통을 당한다고 했다. '자신의 못된 짓'에서 '자신'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면은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함을 예고한 것이다. '나' 스스로를 인간이 쉽게 정복했다면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오를 수 없는 나무가 아니라 올라야하는 당위성으로 스스로를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내 탓이로다. 오뒷세이아.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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