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얼굴이란 무엇인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얼굴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얼굴을 찍는 인물사진작가가 얼굴이라는 키워드로 소통하고, 얼굴을 활용하여 치유하는 일을 직업화하고 있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얼굴은 거울의 착시현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다. 거울의 주관성을 사진이 객관화시켜 준다. 그러나 주관과 객관을 완전하게 분류할 수 없는 인간의 미완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거울 앞에 선 자신에게 속고 있으며, 그 믿음이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는 각기 자신에 관해서는 전문가이다. 자기 자신보다 자신의 생각, 열망, 역사 등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딱 한 가지 점에서 자신을 능가한다. 바로 얼굴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표정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로체스터는 제인 에어의 얼굴에서 '청순함과 밝음과 축복'을 보지만, 그녀에게도 독자들에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을 때 거울을 본다. 그것은 날마다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체 이탈의 경험과 비슷하다." 얼굴, 다니얼 맥닐 저.
유체이탈이라, 스스로 바라볼 수 없는 얼굴. 거울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을 유체이탈이란 매력적인 단어를 썼다. 저자는 얼굴의 모든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얼굴에 포함된 피부를 비롯하여 눈코입 전체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얼굴을 찍고, 얼굴에 대하여 강의도 한다. 또한 얼굴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포토테라피스트이다. 얼굴에는 스스로 만들어낸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얼굴은 몇권의 책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얼굴은 스스로의 감정에 의해서도 다른 표정을 짓지만 보는 사람의 감정에 의해서도 다르게 읽힌다. 자연의 오묘한 현상들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얼굴의 다양한 표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표정은 같은 표정이란 없다. 가르치지 않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도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을 읽는다. 얼굴은 탄생 전부터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신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거울 못지 않게 사진도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포토테라피의 방법이다. 얼굴을 보고 글을 쓰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람이 달라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이자 답변을 하는 것이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변화된다. 이것이 바로 백승휴식 포토테라피이다.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고 사유한다.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나도 모르는 내 얼굴. <얼굴, 대니얼 맥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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