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그들은 그들끼리의 관계형성을 통하여 누군가에게 그 비주얼을 보여준다. 사진가에게는 찍을 것을 강요한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연이라고 하고,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도 자연이라고 한다. 단지 그 앞에 인공이란 수식어만 붙일 뿐이다. 어째튼 둘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연이 있고, 카메라는 그걸 선택적으로 찍는다. 작은 세상이지만 그 세상 속에서 전체를 유추하며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식당 안에 백열등이 갓밑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 안에 세어나온 빛들이 기린들과 같은 동물조각상에게로 온기를 전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판자 위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영향력이라 하지 않는다. 관계맺기라고 한다. 이유는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색깔로, 그림자를 통한 형태를 부각시켜 더욱 눈길을 끌게 한다.
이른 아침, 토마토 장사가 판을 별려 놓았다. 노란 박스위에 탐스런 토마토들, 그 보다 위에 디자인된 세련됨이 보였고, 그것은 맛스러움을 강조하는 제안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건을 사가라는 제안보다는 빨리 찍어보라는 주문이 나를 끌었다. 셔터를 누르고 얼마후 다시 갔더니만 그 차는 벌써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뒤었다. 팔 생각이 아니였고 보여주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사물들은 서로의 관계지음을 통하여 새로운 구성을 보여준다. 관계란 시각적 제안보다는 그들끼리의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소통이 이미지 속의 메시지로 다가와 다시 재가공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은 방향과 형태, 그리고 색깔 등 다양한 입김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사진은 눈에 띄는 그런 것들을 찍으면 된다. 사진 찍기 참 쉽다.
사진찍기는 사물의 생존적 관계 맺기를 찍는 것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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