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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구미 & 지산 앞들, 연잎의 카드섹션과 이장님의 음성을 듣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구미 &  지산 앞들.

첫만남은 떨림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도시와 마을 앞 길을 지나며 느껴지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수학 공식처럼 저마다 같고 뻔하다면 그 보다 식상할 순 없을 것이다. 첫 만남의 감정은 자기 감정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최상의 소통이자 공감일 것이다. 이건 일상 속에서 다른 나를 만나는 행위이다. 나란 항상 나만이 아니다. 내가 맞이하는 환경과 상대까지를 포함한다.  여타와 나로 연결되며 그 목적지엔 내가 있다. 


생각과 생각이 합해지는 영상.

현장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만든 현장음으로 구성된 영상이다. 낑낑거리며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떠나는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다. 틈만나면 노트북에서 현상하고 편집하며 즐거운 감정을 만들어낸다. 창작은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추가작업을 통해서 목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장에서 찍어낸 이이지는 결과일 수도 과정일 수도 있다. 과정에서 또 다른 목적이 생성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데 묘미가 있다. 


환영하는  카드섹션.

잎이 풍성하면 꽃잎이 부실해지는 법, 세상의 이치이다. 한 곳에 집중되면 다른 곳은 허술해진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마찬가지다. 풍성하게 피어오른 잎사귀들의 움직임이 바람이 불자 심상치 않았다. 바람에 치마가 펄럭이는 듯이 보이더니만, 바람이 거세지자 거대한 카드섹션같은 모양으로 다가왔다. 어떤 환영의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은 좋았다. 


현란한 화가의 터치감.

개울에 흐르는 물 위에 오색찬란한 음직임이 포착되었다.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현란한 색감이 순식간에 다양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변덕스런 감정처럼 변하며 춤을 추는 듯횄다. 밤이되자 어둑어둑한 주변을 검정색 도화지로 생각하고 밝은 색을 칠하는 화공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의미있는 아침맞이.

아침이 밝아왔다. 저 멀리 자욱한 안개 속에서 오토바이의 불빛이 보였다.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다가 셔터를 눌렀다. 아침햇살과 대비되는 전조등이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듯했다. 아침은 다시 밝아 온다.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아침이지만 그날 아침은 날랐다. 이유는 그날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련함의 끝자락에서 

늪처럼 풍성한 녹음이 좋았다. 멀리 산맥의 그라데이션과 골짜기마다 낀 하얀 안개 빛이 보였다. 중간 중간에 서 있는 나무까지도 풍광 미학에 한몫을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만나는 풍광이지만 특별한 건 내 시선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언제나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감사하는 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영혼의 선물을 받는 방법이 아닐까?


구미 & 지산 앞들, 연잎의 카드섹션과 이장님의 음성을 듣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