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의 광화랑, 2016. 9. 7 - 9. 13. 손윤선 작가 전시회를 바라보며.
작가와 작품은 닮는다. 사진도 그렇고, 모든 창작물이 다 그렇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귀여운 작품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노트엔 작업과정과 그의 바람이 짧막하게 적혀있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란 제목처럼 작가는 항상 꿈꾸는 소녀일까? 이런 상상으로 전시장을 둘러봤고, 그 기억으로 지금 이곳에 글을 적어본다.
의도적으로 숨어서 찍기를 감행했다. 작가는 찾지도 않았다. 작품과 닮은 사람을 찾아보려는 심사였다. 뒷모습이 보였다. 여린 색칠이 작품 전체를 뒤덮었던 느낌과는 다르게 작품을 설명하는 몸짓은 과감했다. 과연,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그건 그리움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그림움! 그가 찾아 헤매던 <그것이 있음>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힘의 근원임을 추측해 본다. 뒷 모습의 실루엣에서 그만의 아우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나 십자가를 지고 산다. 내려놓음과 받아들임! 비움과 채움의 미학으로부터 작가는 십자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작가다. 떠나보낸 아버지를 빈 가슴에 채우고, 세상의 갈구하는 것들을 빈 그릇에 채워가는 과정에서 갈망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짐진자들이여, 내게로 오라. 성경의 말씀이 귓가에 멤돌았다.
도자공예, 흙을 매만지고 굽고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또 칠하는 반복적 덧씌우기 작업을 통하여 전시장에 걸리기까지 고단함과 희열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결실이어서 더욱 정감이 갈 게다. 가마에 불은 작가의 그림과 다른 결실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 과정은 기대와 아픔 등 다양함이 묻어 있는 듯했다. 피카소의 그림은 시기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보여지듯, 손윤선작가에게도 다양한 시도와 계기를 통한 변화가 고스란히 전시장에 그 향기를 내품고 있었다. 넓은 곳에서 좁은 세상으로 들어온 작가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세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매만지려 했던게다.
얼굴을 찍는 나에게 얼굴이란 판단의 도구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내는 단서이다. 사진이 그렇고, 누군가에 의해 완성된 창작물이 그렇다. 작품이란 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자, 그가 경험한 이야기로 구성한 것들이다. 신화나 종교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들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아무리 포커페이스로 내면을 숨긴다하더라도 금방 들켜버리곤 한다. 사진 속에 작가는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귀여운 외모, 소녀같은 몸짓이 그랬다. 허리를 숙이고 타인에게로 먼저 손길을 내미는 순수함을 가진 아이를 나를 알아보았다.
나이는 묻지 않았다. 나이를 물으며 나 스스로 그를 판단하며 소녀성을 앗아가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나이가 멈춰버린 순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작가가 갈망했던 세상은 얼굴에 평온이란 단어가 묻혀 있었다. 삶의 흔적처럼 작가의 삶의 굴곡이 얼굴과 작품 속에 똑같이 남아 있는 건 인지상정일게다. 손윤선작가!. 소녀를 품고 있는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대로 였다. 희열! 희열감이란 궁금하게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또 궁금해야 만날 수 있는 감정이다. 잔뜩 뜸을 들이는 것처럼.
의자에 자신이 앉으려는지, 누군가를 앉히려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자신이 그려놓은 의자 밑에 앉았다. 그녀는 함께 그곳에 있음을 추구하고 있었다. 더불어 함께 함,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꿈꾸는 세상으로의 길임을 작가는 알고 있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연잎과 의자 그리고 다양한 시도들! 그녀의 생각들이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었음과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은 것들을 넣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훔쳐보는 나만의 전시관람법은 항상 신난다. 단지 내 생각인 것을! 내가 나를 사랑하기에 나의 추론에 긍정성을 부여하며 오늘도 자뻑해본다. 꿈꾸는 세상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손작가의 불멸함을 기대해 본다.
손윤선 전시회, 내가 꿈꾸는 세상.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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