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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양평 들꽃 수목원으로의 짧은 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환경이 바뀐다는 건,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다. 양평 들꽃 수목원으로 들꽃을 만나러 갔다. 일행들과 수다도 떨고, 자연 속의 나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6년 여름은 아마도 강력한 기억력을 자랑할 것이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그러나 난 나름 견딜만 했노라고 자위하던 여름. 들꽃 수목원은 야생이 집안으로 들어와 평온을 꿈꾸는 약간은 가짜 꽃들의 수다였다. 가끔씩 만났던 청동으로 만든 가짜 아이들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그 정교함이 실제 아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찍었던 풍광을 나름으로 제목을 붙이고, 설명해보려 한다.

찐득함. 나는 톤의 화음이라고 말한다. 피사체를 눈에 띄게 하려면 색의 대비를 권한다. 그러나 같은 색깔이 톤의 변화에 의하여 더욱 강렬함을 갖는다. 녹색의 화음이 톤의 적절한 변화에 의하여 이런 임팩을 줄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산으로 들로 뛰어 다녔던 어린 시절에 체험했더 그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린 시절이 기억들이 이 작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어울림. 물 속을 들여다 본다. 생각이 쏟아진다. 이런 수순을 밟게 되는 이유는 반영때문이다. 실제와 허상이 시야에 들어오며 인식구조를 흔든다. 천장을 덮은 가름막이 물 속에서 여러개의 사각을 만들어낸다. 오리 새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닐고 있노라면 주둥이가 긴 비슷한 모형의 피사체가 그들을 바라본다. 본인은  실상과 허상의 확인을 위해 심오한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네 사는 세상이 그런거 아니냐고. 맞다. 딱 맞다. 사진 이미지 속에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상징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아이들의 미로. 미로란 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살아가는 삶을 카피한다. 이 곳은 어른들도 살짝 헤맨다. 아니 헤매는 걸 즐기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헤맸으면 되었을 것을 다시 그걸 놀이로 만들어내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소재도 놀이로 만들어내면 여간 쏠쏠한 재미가 있는 게 아니다. 참말로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시선이 머무는 곳. 뒤섞이면 어디에 눈을 둬야 할 지 고민일 때가 있다. 여기 저기서 나를 불러도 그렇다. 그럴때 나름 나쁘진 않다. 그럼 자연이 나를 불러 댄다고 생각하면 정신없이 산만한 것이 아니라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흰색 꽃더미를 뒤로 하고 붉은 열매쪽으로 시선이 이끌린다. 복병이 나타난다.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다. 이유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때문이다.

몸부림치는 작음. 카메라와 사람의 눈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카메라는 거리에 따라 같은 초점이 되지만, 사람의 눈은 스폿처럼 바라보는 사물을 중심으로 서서히 사방으로 흐려진다. 사진의 일직선상에 초점이 맞춰있지만 우리의 눈은 시선이 끌리는 그곳에 꽂히게 된다. 이걸 알면 사진을 찍으며 보여주려는 피사체를 부각시킬 수 있다.

삐딱함의 미학. 어른들은 말했다. 바름을 가르치며 삐딱함을 그릇되다고 했다. 이 사진 속에 그릇들이 삐딱한 것이 시선을 끈다. 이 그릇됨이 새로움을 보여준다. 그 안에 어우러진 꽃들의 몸짓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렇다. 항상 옳은 것이란 없다. 새롭게 가치를 만들어내며 삶은 항상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을 판가름하려 한다. 그 과정이 유희라는 놀이를 만들어낸다. 삶이란 프레임 속에 다양성이 혼합되어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게 아니다.

작은 곳이었지만, 인간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양평 들꽃 휴양림의 야생들의 모임이 신선함을 던져주었다. 아기자기한 느낌자체가 그곳을 디자인하고 손때묻힌 사람들의 흔적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감사할 일이다. 이곳에서 사진찍고 구경하고 심하게 놀다가 그 다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는 양평시장이다. 그곳에서 시장사람들의 정겨움과 가성비가 좋은 음식들을 즐기는 것도 더불어 강추한다. 내가 군생활을 했던, 제 2고향같은 그곳에서 나는 하루를 웃음 속에 보냈다. 이 블로그를 보면서 잔잔한 미소지을 나를 떠올려 본다.


양평 들꽃 수목원으로의 짧은 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