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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6년, 추석 보름달밤을 바라보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팔월 한가위 보름달만큼 우리들의 마음 속에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소원을 빌며 커져만 보였을 보름달! 보름달이 떠 있는 밤은 많은 추억을 안고 있다. 어둔 밤이면 달빛이 집으로 향하는 길을 밝혀 주었고, 그믐밤이면 가로등이 그 일을 대신했다. 하늘엔 보름달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하루 덜 찬 보름달이다. 그러나 따지지 않는다. 한가위의 너그러움을 닮아서인가보다.



달이 떠오르자,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달밤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던 그 모습을 흉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집 앞의 가로등과 대조를 이룬다. 달과 가로등, 그리고 논두렁이며 길가의 어슴푸레한 질감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빛과 가로등이 집 담벼락을 비추니 낯이나 다름없는 느낌이다. 가로등 사이로 나뭇잎이 자태를 뽐내고, 어둠 속에 창고는 위풍당당하기만 하다. 학창시절, 마실나갔던 부모님을 기다리며 마당 끄트머리에서의 기억도 새록새록 돋아났다. 그 기억들!

논이다. 한여름 고대하던 산들바람이 불어오던 곳, 목청껏 울어대던 매미와 개구리가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농부가 모내기를 하고 여름내내 풀을 뽑아내고 물고를 보며 가을이면 추수를 하던 그 논이다. 누구네 논이 아니라 모두의 논이자, 우리 마음 속의 논이다.  

추석은 풍성함으로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추석은 고향으로 몰려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소원을 빌게 해주는 보름달이 떠줘서 좋다. 나쁜 거 하나 없는 추석 대보름은 우리의 기대와 설렘으로도 항상 좋은 상상을 하도록 해준다. 사춘기의 반항도,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강렬해지는 그리움도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낭만적이 된다. 참 좋다. 


2016년, 추석 보름달밤을 바라보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