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하는 날은 소풍날처럼 설렌다.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하며 우산이 고민인 날이 있다. 하늘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윗층에서 누가 침이라도 뱉어기를 바라지만 몇방울 더 떨어진다. 마음을 비우고 우산을 들고 나온다. 해가 떴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우산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날!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는 사진찍기를 주장하는 나는 겉과 속은 다르다.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정릉시장으로 향했다. 그날도 우연한 만남은 있었다. 이런게 삶의 재미라 해야하나...
골목과 담장을 찍으며 올라갔다. 재미난 그림과 전시장 안의 소품들이 재미있었다. 정릉천이 보이는 벽면에는 그림이나 담쟁이 넝쿨이 밀착되어 나름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가끔, 기와집들이 현재 속에 과거를 말해주듯 새로지은 집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사물을 사물로 보지 마라,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라.> 나의 촬영 모토처럼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지만 이게 정답이다. 얼마 안가 시장이 보이고, 장날같은 분위기와 인심 좋은 상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장사하는 아주머니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느라 사진 찍는 일을 잊어버린 사람들! 사진 찍으러 왔지만 그게 뭐 중요할 꼬? 카메라 가방에 채소를 사들고는 무거워서 많이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쪽 뻗는다. 이들이 웨어싸고 있는 아주머니에게서 옛날을 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스타가 따로 없었다. 툭툭 던지는 입담이 만만찮았다. 욕쟁이 할머니처럼 그게 재미난지 계속 말을 걸며 가끔씩 물건을 사며 색다른 놀이에 빠져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귀인?을 만났다. 자신의 명함을 건내면 지역상권 살리기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란다. 사무국장 명함에는 그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하고 있는지를 짐작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건물 3층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자리를 내어 주었다. 우리는 그날 그곳을 우리들의 아지트로 했다. 사진을 찍다가 다시 올라와 서로에게 보여주고, 다시 내려가 찍고 돌아오고를 반복했다. 아이들처럼 3층 옥상의 아지트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움직임을 찍기도 했다.
정릉시장의 장점은 가격이 싸고, 친절하고, 맛집이 많다는 것이었다. 점심은 수타 자장면과 통닭에다가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25명이 넘는 인원이 앉기에는 자리가 부족했던 터라 서서 먹었다. 그런데 불평이 아닌 감탄이 흘러 나왔다. 누군나 언제 한번쯤은 경험했던 기억들이 그날과 접점이 되어 더욱 친근감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놀이, 즐거움이 함께 하는 모든 일은 사람들을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며 즐거움 속으로 몰아넣은 특징이 있다. 이곳에는 한달에 두번 개울장이 선단다. 개울장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며, 사진전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떻게 그 다음으로 이어질 지는 시어머니도 모른다.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사진 찍으며 놀기(개울장). by 포토테파리스트 백승휴
'백승휴 칼럼 >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원문화재단, <사진을 찍으면 예뻐진다?> 강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2) | 2016.11.19 |
---|---|
건국대학교 뷰티디자인 대학원 전시회를 둘러보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6.11.09 |
<우리들 학교>, 탈북학생들의 전시회와 효콘서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6.10.30 |
끌림,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가는 이유.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6.10.27 |
<해봐요>, 제주도 오설록 가는 길가에 문화체험카페를 체험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2)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