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바쁘다고 그런다. 길가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렇다. 왜 바쁠까? 물론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 또는 그 바쁜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모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면 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하고 사는 것들이 허다하다. 바쁘지 않으면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일 중독이자 직업병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그렇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도 그렇다. 유전인가? 농사철에는 논에서 사신다. 이런 중독 증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올해 아버지는 비싼 이양기를 샀다. 비료가 같이 나오는 걸로 샀다. 비료주는 게 힘들다고 새것을 사셨다. 2천만원도 넘는다. 농촌이 그렇다. 이거 벼농사를 지어서 본전을 뽑을 수 없다는 계산이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걸 따지지 않는다는 거다. 올해는 모내기를 하며 아버지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나 또한 사진 장비에 대한 욕심엔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 닮았다. 많이 닮았다.
모내기를 하고 돌아왔다. 아버지의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다. 내일 다시 쓸 기계들도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보물창고에 넣어 둔다. 그리고 창고에 넣은 다음 뭘로 덮어 놓기까지 한다. 어머니는 성화다. 50년간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코 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이점도 나와 같다. 외양간의 두엄도 그렇다. 외양간에 두엄을 자주 내어 뽀송 뽀송하게 해줘야 소들이 좋아 한단다. 그래서 아버지가 들어가면 소들이 다가온다는 게 아버지의 말이다. 이 점도 어머니는 미치겠단다. 아버지는 이 소때문에 누가 돌보냐고 서울에 와도 금방 내려 가신다.
집안에 작은 화단이 있다. 봄 꽃이 슬슬 시들어가는데 석양이 비춰지고 있었다. 노인들의 생각처럼 주름진 얼굴에도 거울 앞에서 미소지으며 더 나아질 자신을 생각한다. 아버지는 아마 80정도까지는 농사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어머니는 건강히 허락하는 한 평생 해야한다고 비꼰다. 인간은 일을 가지고 태어나 일을 하다가 일을 놓고 죽는다. 평생을 일해오신 아버지, 나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죽는 그날까지 해야한다는 생각때문에 아버지의 일에 대해 공감한다. 나는 이런다. "아버지, 무리하지 마시고 논다는 생각으로 일하세요. 논에도 자주 나가시고." 내가 즐거우면 남이 보기 힘들어보여도 괜찮은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버지는 논에서, 나는 카메라를 들고 논다. 이거 못 고치는 병이다.
부자지간, 그들은 닮아 있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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