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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전주 한옥 마을에서 < 기인 조문규>를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무계획은 기대하게 한다. 내 여행이 그렇다. 무조건 떠나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여지를 준다. 여지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갖는 여유를 말한다. 전주에서 우연히 지인을 통해 만난 사람이 있다. 내 삶에 예정된 만남, 조문규 대표이다. 작가라고 부른다니 그러지 말란다. 작가가 아니고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흐린다. 에루화 대표지만 굳이 그곳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와 그를 왜 기인이라고 부르는지 말하려고 한다. 어찌보면 그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또는 이기주의자이다. 좋은 일을 묵묵히 하며, 또한 그것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말이다.

<조선 난장>. 난장이란 장을 말한다. 정규적인 장날이 아닌 어떤 목적으로 열리는 것이라고 네이버는 말한다. <조선 난장>은 옛 장터를 옛스럽게 만든 공간이다. 세트장처럼 만들어져 있다. 실제 장사를 하는 곳이다. 음식보단 <그런 분위기>를 파는 곳이다.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여 조문규 대표가 손수 만든 곳이다. 소품은 전국을 다니며 구해온 것이다. 그의 발자취가 진득하게 서려있다.


소품들 대부분은 구한 것들 중 제일 옛스런 것이다. 나름 억지스런 것들도 있지만 현대식 소품은 거의 없다. <오리지널의 추구>이며, 공간에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다. 물레방아, 주산학원, 우체국, 다방, 국밥집 등 다양한 곳들이 조만간 실제 그 시절과 음식을 팔 것이다. 미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직접 심은 과일수에선 과일이 열려있다. 그 과일은 향과 함께 과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조문규 대표이다. 내가 서두에 말한 전주 <한옥 마을의 기인>이다. 엷은 미소를 짓는다. 프로는 투자 비용에 대한 회수조건을 따지며 일을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마음에 들때까지이다. 고객과의 약속이자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가 손을 대면 진정 한옥마을의 원형을 찾는다. 담장 하나를 만들어도 진정한 한옥집 담장을 만든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며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용기있는 것이며 겸손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조선난장>의 투자비용 때문에 손수 만들었던 한옥집들을 전부 팔았다면 한밤중에 그곳으로 데려간다.

그 곳과의 만남은 행운이다. 전주의 추억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의 계획은 과정에서 보완 수정된다. 계획을 세우고 그 모습이 될때까지 몇개월이라도 만든다. 이곳을 찾아가는 것은 한옥마을에서 보물찾기 놀이가 될 것이다.

구경시켜 준 마지막 담장이다.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드는 담장이라며 소개해 준 곳이다. 자신이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쓰다듬으며 좋아라 한다. 세월의 흔적이 한밤중 보는 질감이지만 많은 사연이 담긴듯 아련하다. 특히 방앗간 소재들을 좋아한다는 조문규 대표에게 왜냐고 묻자 <그리운 어린시절>일거라고 말한다. 누구나 고향이 그립고 그 시절이 아련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나는 그를 만나고 전주 한옥마을이 더욱 진지하게 다가온다. 함께 방문할 그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곳을 즐길 작정이다. 

전주 한옥 마을에서< 기인 조문규>를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