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꽃>을 위해 생화를 가두다. 생생한 기억을 남기려는 수순이다. 뒤상의 변기가 떠오른다. 사물 하나를 주워다가 이름을 붙이고 작품을 만든 발칙함이 세상에 빛을 본다. 가벼움과 진지함, 두 얼굴을 하고 꽃동산을 만드는 여자! 메리스 에이프럴에는 플로리스트 김영현의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상존한다.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그 다음을 자신이 잇겠다는 똘끼녀! 그녀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부분의 합은 장소가 된다? 이런 진리는 이곳에서만 허용된다. 모두의 합은 항상 꽃동산이다. 뭐, 그녀의 말이다. 공간을 채우며 고객을 기다리기보단 상대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터무늬>란 단어가 있다. 이 곳엔 그런 터는 없었다. 터를 고객이 만들고, 그 위에 상상과 실행의 탑을 쌓는다. 메리스 에이프럴! 들여다보면 작은 꽃송이들 뿐이다. 마이더스의 손은 순간 다른 세상으로 바꿔 놓는다.
<가을날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의 분위기를 원함. 신부와 아버지가 입장할때 신랑이 노래를 하며 맞이함. 색다른 결혼식을 원함. 음...> 그녀의 메모다. 장소는 야외, 신랑의 노랫소리, 색다른 결혼식. 그의 메모 속에 적힌 몇가지 요구사항은 바로 해결된다. 플로리스트 김영현이 등장하면 끝이다. 가을 꽃 향기 듬뿍, 하객들의 술렁임,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모든 이야기는 사진 속에 담긴다. 플로리스트 김영현이 응답하는 <가을 꽃동산 축제>이다.
아름다운 신부는 아름다웠던 여자이기 보단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화꽃의 사연을 아는가? 소쩍새가 밤새워 울었던 그 누이 이야기 말이다. 이 정도의 수순을 밟아야 완성된다. 완성은 <그냥>이 아닌 의도와 고뇌의 몫이다. 이런 아름다운 사진도 작가의 심오한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세상에 그냥은 읎다!>
메리스 에이프럴의 가을 결혼식, 신랑은 노래하고. 플로리스트 김영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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