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 사라진 세상에서 커피가 판을 친다. 맛난 거 먹고 분위기를 잡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그렇고, 나 또한 그렇다. 타지에 가면 우선 맘에 드는 커피숍을 찾는다. 맛집이라 인터넷에 도배된 곳은 피한다. 유명하거나 붐비는 곳에선 나의 존재감이 사라진다.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먹든 마시든 한다. 음성에 강의하러 갔다가 담당자가 갈켜준 그 곳, <사락사락>이란 커피숍.
아담한 2층건물. 계단만 빼고는 화사한 햇살이 춤을 춘다. 마음이 순해지는 느낌이다. 벽에 걸린 흰색 프레임, 중간 중간에 보이는 말린 꽃들, 그리고 메모지와 펜이 조용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커피 등장 전, 카메라를 꺼낸다. 계단을 찍고 있는데 주인이 올라오다가 급히 카메라를 피한다. 한컷 하려니 자신은 사진찍기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한다. 뭐시? 내가 포토테라피스트인데....
카페 주인은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내 개념을 깨고 밝고 명랑하며 순수한 여자라. 사진을 찍어 그런 트라우마를 날려주마 달래고 달랬건만 고집불통이라. 이유는 그렇다. 어린시절 자신이 울면 어머니가 사진을 찍겠다고 겁을 줬단다. 아직도 그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며 급구 거부한다. 시간이 한이라. 짧은 시간은 어쩔 수 없고, 사진으로 그 곳을 찍어 주인에게 <세상 바라보기>의 시선을 바꾸겠다는 여념으로 짧은 시간 블로깅하랴 강의 점검하려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덩달아 손가락이 바쁘다. 부드러운 커피와 잔잔한 음악이 주인을 닮은듯 편안하게 해준다. <사락사락>, 눈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즐거움 한조각, 음성의 어느 카페 <사락사락>.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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