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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봄이 오는 지평막걸리의 지평에서. by 포토테파피스트 백승휴


봄이 오면 아낙들은 냉이든 쑥이든 뜯으러 들로 나간다. 사진에 나온 3인이 그런 줄 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무엇을 찾는 것이나 냉이나 쑥을 뜯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모두 봄마중 의식이다. 천막을 걷으니 하얀 민들레가 고개를 내밀고 베시시 웃는다. 이게 봄인가 싶다.

나의 사진찍기는 이렇다. 색깔, 질감, 형태가 주를 이룬다. 감정을 생성하기 위한 수순이다. 회상, 기억, 상상 등 다양한 생각들과 함께 감정이 밀려온다. 이번 출사 사진들은 드넓은 늘녘보다는 부분을 찍어 봄을 향한 나의 마음을  드러냈다. 벽면의 흔적, 발그스레 핀 꽃, 지난해 피었다가 진 꽃이 아직까지 그 곳에 머무는 장면, 영숙이네? 대문 안 풍경, 바닥에서 바라본 장독대,  그리고 지평막걸리 양조장 주변을 얼쩡거리는 카메라 든 남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평하면 떠오를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점심때 먹었던 순대국집이 제일이더라. 지평막걸리를 한사발 앞에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다가 껄껄껄 웃어대던 소리가 귓전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 즐거움은 기억 속에서 메아리치고 더욱 행복감을 준다.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웃음만 남기도 돌아오는 숨박꼭질같은 삶이여. 아흐, 아롱다리!

봄이 오는 지평막걸리의 지평에서. by 포토테파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