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Leica camera)의 자리를 야금야금 뺏아가는 드론. 퀄러티를 능가하는 시선의 가치. 디퍼런트를 꿈꾸는 창작의 니즈를 채워주는 새의 시선은 요즘 나를 유혹하고 있다. 서울에선 띄울 수 있는 곳이 마땅찮아 지방에 갈때면 번거로워도 항상 가방에 넣는다. 뭐냐고? 드론을 말하는 거다. 나무가지에 걸리기도 하고 건물 꼭데기에서 기둥에 부딪히기도 하면서 지금의 날개는 너덜너덜하다. 아직도 날 수 있어 그냥 쓰고 있지만 조만간 바꿔야 할 판이다.
4장의 사진 모두 드론 샷이다. 마지막 사진도 부탁할 사람이 없어 근거리지만 드론을 띄웠다. 이 단계는 항공사진에서 가까이 다가가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역으로 가면 우주에서 바라본 작은 지구가 나올 것이다. 거리를 논한다는 말이지만 과거로 부터 현재의 나를 더듬어 오는 느낌과도 다르지 않다.
SNS에 사진을 올렸더니 난리났다. 어디냐, 멋진 삶이다, 데리고 가라, 등 다양한 멘트들이 격투극을 벌이는 듯하다. 이곳은 보령시 죽도 상화원이다. 이곳은 내 고향에서 보이는 섬이었다. 과거형을 쓴 이유는 이제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어버린 곳이기 때문이다. 죽도를 개인이 개발하여 상화원이란 이름을 지었다. 섬 둘레를 걷다보면 어느지점에 도서실이란 펫말이 붙어 있다.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가 나며 간간히 갈매기가 눈에 띈다.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고 있는 장면이다. 그날의 바램이 있었다. 파도소리, 갈메기의 몸짓, 그리고 비라도 내리길 바랬다. 세상은 다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다 좋았다. 비도 내렸다. 너무 많이 내리고 바람까지 부는 바람에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엇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흠뻑 비를 맞았다. 안맞으려고 하니 더욱 힘들었다. 그렇다. 바램이란 적당해야하고 절제해야 한다.
비가 내리기전까지 어머니가 싸주신 찬합 속의 밥과 반찬을 먹으며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많은 생각과 마주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과 눈인사도 하며 좋았다. 그곳의 감정 전부를 합산하면 <매우 좋음>이다. 즐거움은 새로움과 만나는 시간의 총합이다. 상화원, 다시 오마!
보령시 죽도 상화원 <바다 독서실>, 책을 읽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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