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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2년 봄, 국제대 모델학과 MT를 가다. (대명 비발디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87학번이다. 재수도 했다. 그때는 필수였다. 그리고 나는 유학파다. 유학이란 말그대로 떠나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고로 나는 진정한 유학파이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유학을 하고 유학한 곳에서 머물렀으니 맞는 말이다. 이 말은 농담으로 들으면 농담이고, 진담으로 들으면 진정성이 무지하게 묻어난다.

 87년에 대학을 갔다. 그것도 그 당시에 졸업후 취직이 잘된다는 전자공학과를 갔다. 그 당시에는 멘토도 없었다. 우리 동네에는 10년에 한명 대학에 갈까말까한 곳이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진학한 그 학과는 나의 적성과는 무관했다는 것을 첫시간에 알았다. 이걸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고 대학에 들어가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노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설레는 단어가 MT였다. 우리는 청평에 있는 대성리나 청평유원지로 대부분을 갔다. 그것도 기차를 타고 갔다. 지금 생각하면 낭만이지만 그때는 짜증이었다. 차가 있으면 그냥 곧바로 가는 건데 청량리까지 가서 타고 가야 했으니 이만저만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기억을 뒤로 하고. 12년차인 국제대학 모델학과 학생들이 MT를 간다니, 가서 술이라도 한잔하고 그 다음날 기념촬영이라도 찍어줄 요량으로 출발했다. 그것도 저녁 9시에 수업을 마치고 갔다. 저녁이라, 고속도로가 한산해서인지 1시간에 주파했다. 가서 젊음을 함께 하고자 술도 마시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내가 들어가는 방은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잘됐다싶어 중도포기하고 내 방에와서 잤다. 그 시각이 1시 30분, 그 댓가로 다음날 아침 쓰리는 뱃속을 끌어안고 해장국을 먹어야만 했다. 그 다음날은 하루종일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무튼 젊음은 좋았다. 내가 늙었다는 말은 아니다.

 

예정대로 기념촬영을 했다. 화장 좀 하는 여자아이들은 맨얼굴이 영 낯설었다. 윗 사진은 학생들끼리 찍었다. 그리고 아랫사진은 교수들도 찍었다. 그런데 그날의 컨셉이 밀리터리룩이었는데 나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정장이었다. 자주색 벨벳, 나름 나의 컨셉을 맞추고 갔었는데...


 불현듯, 밤새 술마신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2001년으로 기억된다. 졸업여행지인 사이판에서의 일이다. 준비해 간 청바지에 흰티를 입고 바닷가에서 촬영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담긴 사진을 함께 올린다.

 

때는 바야흐로 2001년 장소는 사이판의 바닷가, 시각은 이른 아침.
그들은 밤새 술을 퍼마시고 망가진 얼굴로 나타났다. 그래도 순진한 거지, 술에 쩔었다면 그냥 버텼을텐데 나오라고 순순히 방에서 나와 바닷가까지 따라왔으니 말이다. 얼굴들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등을 찍었다. 물론 그것이 더 멋진 작품이 되었다는 것을 안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말이다. 사진 한 장에는 대단한 힘이 있다. 나의 10여년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지금 그 아이들은 어디에서 뭘하고 지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