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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중앙대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 오리엔테이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결실은 고뇌의 산물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르리 없건마는...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믿는 것은 단단한 뿌리이다. 건물이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사진은 무엇이 필요한가? 기술뿐만 아니라 철학이 담겨야 한다. 요즘처럼 카메라를 저마다 들고 다니며 사진가라고 칭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30대 중반에 시작한 공부, 대학원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를 할까한다. 그럭저럭 대학원을 다니다가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준비해야 했다. 현장에서 사진만 찍었던 나에게 논문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논리를 구성하고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암벽등반처럼 고된 일이었다. 그 당시 지도교수님은 오랜 경력의 소유자였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논문을 써 가던 어느 날, 동료들과 MT를 가게 되었다.강원도 산골이었는데, 폐교를 고쳐 펜션을 만든지라 운동장도 넓고 운치가 있었다. 얼큰하게 술 한 잔하며 분위기가 고조되던 무렵,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논문 진행과정을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지난번 발표에 이어 진행상황을 확인하고자하는 의도였다. 발표와 동시에 엄청 깨지고 곧바로 서울로 쫓겨 왔다. 책상 앞에 앉은 나는 벽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간 도움만 받다가 혼자 하려니 당연한 것이었다. 혼자 고독을 씹으며 논문을 마무리 짓는 것은 수도승의 고뇌와 같았다. 아무튼 고뇌 속에서 논문은 통과되었고, 졸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학생들 중에는 논문을 시도도 하지 못하고 졸업이 아닌 수료만 한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일단 시작할 수 있도록 선배들의 도움을 받게 하다가 손을 떼는 것이었다. 중반에 들어선 논문을 포기할리는 만무하고 힘겹더라도 마무리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로워서 빠졌던, 포토테라피인지도 모르고 찍었던 사진들이다. 그것이 아픔 많은 중년여성들을 치유하는 행위였고, 지금의 나를 사진과 더불어 즐거운 삶으로 인도한 여인들의 사진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얼마 전, 제자가 협회에서 1시간짜리 강의를 한다고 교안 짜는데 부탁을 해왔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해줬더니 계속 부탁해왔다. 며칠 남겨놓고 전화를 안 받았다. 메시지를 보냈다. "고민 좀 하시길 바랍니다." 배운 대로 나도 제자를 그렇게 길들이고 있었다. 강의를 끝낸 후 연락이 왔다. 그 며칠이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 스승의 그 제자라. 아니 인간은 누구나 고뇌한 대가로 깨달음을 얻는가 보다. 아무튼 인생은 긁힌 흔적이 없이는 성숙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얼굴의 주름은 세월의 흔적이요, 결코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61, 회갑에 돈키호테처럼 사진 찍기에 설레는 사람이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제는 임산부들이 그들 앞에 누드사진을 의뢰하고 있다. 서울에서 고객들이 몰려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

내가 쉽게 얻은 것은 다른 사람도 쉽게 따라 올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철학이 있다. 자기분야에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차별성, 지속성, 그리고 즐김이다. 3가지는 트라이앵글처럼 하나라도 빠지면 삼각형이 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나는 인문사진 컨텐츠 전문가과정을 3년차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단지 가르치는 것에 머무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강의는 경영이다. 선생이 학생에게 지식만을 가르치게 되면 학생이 그 지식을 슬기롭게 활용할 수 없다. 학문에 대한 동기부여와 스스로 찾아가는 첫발을 띄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진에서 인물사진만큼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없다. 사실 인물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것은 관상학, 형모학, 조명, 카메라 메카니즘, 구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것 없이도 사진은 완성된다. 경험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깊이의 문제이다. 심리학과 철학도 필요하다.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사진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며,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물론 타인과의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다.대학원의 논문처럼, 1학기는 다양성을 접했다. 이제는 논문제목을 붙일 단계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며 졸업작품전의 컨셉을 잡는 것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다. 목표가 있으면 스스로 찾아가게 마련이다. 2학기 첫 시간에는 동료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눈다. 다음시간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보완 수정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조명, 포즈, 논리, 포토샵과 구도도 필요하다. 하나하나 습득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첫 번째 웃음은 전시회 당일 날이 될 것이다. 전시회는 이제 시작이다.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론에 불과하다. 실습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스스로 프로젝트도 만들어본다. 그리고 실패도 맛본다. 그리고 그 원형을 서서히 완성해간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조각했던 것은 바위 안에 미인이 들어있는 것을 끄집어 주기 위함이었다는 말처럼.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나는 항상 여러분의 곁이 서있습니다.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 오리엔테이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