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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장애와 비장애의 어깨동무, 해솔제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2012년 9월 19일, 경기도 광주의 작은 마을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벌이는 놀이판이었다. 배우들은 '행복한 왕자'라는 제목의 연극을 공연했다. 이들은 그 무더웠던 여름방학을 반납했다. 선생과 아이들이 모여서 땀으로 일군 그들만의 작품을 선보인 날이었다. 나는 중앙대 인물사진과정의 제자들과 함께 촬영을 갔다.

공연이 끝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아 참, 우리 촬영팀은 안 들어갔네. 내가 신경을 못썼구먼. 대장간에 연장없다고 사진찍는 사람들은 사진을 너무 신경 안쓴다니깐.' 이번 해솔제의 큰 의미는 기존에 음악과 시낭송과 무용에서 통합 연극제로 실시하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했다니깐 참여한 사람들의 문화만들기에 열정을 읽고도 남았다.

 노현석 작

순간 포착치고는 절묘하다. 메이크업에 집중한 아티스트의 눈과 입이 몰렸다. 아이의 어디를 찍어 바르는 중일까? 아마도 입술을 바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액션을 취한 그녀는 센스쟁이다. 뒤에서 훔쳐보듯 사진을 찍힌 사진가는 바로 나다.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입기시작한 빨강바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섹시한 입술 칼라, 그리고 아이의 상의가 같은 색을 띄고 있다. 이는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적 만남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는 시작되었다. 무대로 올라가 보자.

오 경애 작.

다리가 불편하고 몸동작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 아이가 춤을 추고 있다. 비장애아보다도 현란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눈송이이 하나가 되었다. 무대는 뜨겁게  그렇게 완성되어 갔다.

박승직 작

무대와 관객을 하나로 찍어내기위해 무대 뒷편으로 들어간 작가의 집요함을 보라. 몽안적인 배우의 몸동작과 표정이 많은 상상을 자극한다. 중간에 당당하게 어깨를 뒤로 재낀 주인공의 모습이 멋지다. 막이 내리고 주인공은 하염없이 흘러내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감동, 성취감, 아쉬움.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주체할 수 없음에 눈물을 왈칵 쏟아졌을리라. 국립국장의 어떠한 무대가 이보다 감동스러우랴, 나는 그날 가슴속 깊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밑걸음이 되리라 다짐했다. 그들은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누는 삶을 살아가라고.

무대에서의 배우는 자신감을 배우고, 관객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웠다. 무대, 공연 테라피? 준비하는 과정과 현장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메시지는 강력한 것이라고 굳게 확신했다. 사람에게 치유란 뭐 대단한 것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 테라피 아니던가? 이들에게 그날의 영상은 다시 한 번 그날을 상기하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이 바로 포토테라피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다수가 아님을, 어깨동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돈으로만 되지 않는 다는 익숙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고 온 날이었다.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어깨동무, 해솔제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