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서 사진관련 키워드를 입력했다가 만난 책, 빅픽처가 영화로 나왔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기댓거리였다. 영화속의 장면들을 어떤 방식으로 영상화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영화를 찍거나, 사진을 찌거나 모든 원작은 세상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자기 것이 아니다. 감상자의 것이 되고 마는 것이 예술의 습성이다. 나는 작가의 의도에 의하여 영화를 보지 않는다. 특히 빅픽처는 그랬다. 뭔가 다른 나만의 감정을 만들어내고자, 그 안에서 삶에 대한 논리를 끄집어 내고자 하는 욕심때문이기도 했다.
정장차림의 멋쟁이 주인공이다. 폴 엑스벤은 외모에서 프랑스적 남성의 이미지. 사진을 찍고 있는 피사체는 자신이다. 셔터를 누르고 빛을 밝히는 그 과정에서 미간에 주름진 고뇌스러움과 환희스러울 정도로 비춰지는 스트로보광이 대비적이다. 나를 찾는 것은 고뇌스럽기 짝이 없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이면을 만나면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누구나 나를 찾는데 버거워한다.
세상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것 또한 지향하는 것과 곳에는 반듯이 내가 있다. 사진을 찍는 내면적 메커니즘이다. 세상에 수많은 프레임들 속에서 자신이 만날 수 있는 선택된 프레임은 진정 자아가 담겨진다. 10장의 사진으로 그를 읽어내는 것이 이런 원리에서 가능한 것이다. 찍을 때 선택하고, 그 다음의 선택은 수많은 선택의 프레임을 다시 선택하는 것이기에 그를 닮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가 논하는 그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성공한 변호사, 좋은 조건들이 풍족한 외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하다. 그런 안락함은 권태를 가져다 주곤 한다. 쇼팬 하우어가 말한 삶의 원리 중에 하나이다. 어려운 환경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힘겹고, 현실이 극복되고 나면 또 다시 다른 어려움이 다가온다. 그것은 권태이다. 이들에게 남편이 열정을 가진 자신의 삶은 단지 남편 자신의 삶이었고, 아내에게는 극히 권태로움의 극치를 맛보게 해줬다. 결과, 그들은 파국을 맞는다. 주인공이 자신의 일에서 조금이라도 아내와 가정에 정성을 쏟았다면 이 드라마는 구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고도 행복한 가정으로 일상을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게 윤리적이고 긍정적인 삶이나 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끌기위해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진은 인간에게 편리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사람끼리의 관계를 쉽게 풀어주는 매개물이다. 이성에게 작업을 거는 것으로도 가끔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민이 사진작가가 된 요즘은 효력이 상실직전이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면 사진 한장으로도 연인이 사귀는 것 이상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도 고독하지 않게 하는 처방이라고 본다.
우연한 사건이 만들어지고, 직업을 바뀌게 된 스토리의 전개에서 주인공의 역량을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나타난다. 편집장과의 만남, 즉 관계를 설정해가는 것이다. 시작은 행복과 설렘으로 반복되지만 세상에 노출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든다. 도망자의 긴장감처럼 쫓고 쫓기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쫓는자가 없는 단지 쫓기는 자신만이 존재할 뿐이지만 말이다. 다시 생각하면 그를 쫓는자는 세상일 지도 모른다.
유명 작가의 작품의 현장에서 똑같은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 사진과는 같을 수 없다. 유명지에서 동우회 사진가들이 줄을 서서 셔터를 눌러대지만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두리번 거리고 있는 듯 보이나 작가는 방황하는 것이다. 작가의 방황은 고뇌이고, 창작적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몸짓과 표정은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파도와 같이 기쁨과 슬픔, 좌절과 환희를 맛보며 살아가는 인간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꿈을 이뤄가고 있으나 그것을 당당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절제된 욕구가 그것이다. 이런게 인생사일거다. 성공이라고 남들이 부르지만 그 당사자는 결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원리가 이 영화의 마지막에도 나타난다. 도망치듯 사라지며 돌아다 보고 있던 마지막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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