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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이미지의 의도를 말하는 텍스트의 속삭임, 조약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조약돌의 사전적 의미는 '작고 동글동글한 돌'이다. 사전에 적힌 동글동글함의 의미와 작음의 정도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얼마나 작아야 하고, 어느 정도 동글어야 '동글 동글'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의태어가 가지고 있는 두루뭉술한 잣대가 서민들의 삶에 어정쩡한 소통을 가져다 줬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도 마땅하리라. 또한 이 사진에는 아이의 손이나 발가락같은 비교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더욱 혼돈을 준다. 아무튼 작가가 말한 돌을 조약돌로 규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더불어 조약돌은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로코코시대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정도는 납득되겠지만 로코코시대까지는 언어의 비약적 유입이란 평가를 받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약돌이 가지고 있는 상징어 중에는 로코코시대의 상류층들의 취향을 비꼬는 단어로 사용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처럼 유혹이나 자유분방한 유희가 판을 친적도 없었다. 조약돌은 소재이며 상징어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가 던진 조약돌의 의미는 체념과 원망이었고, 로코코시대의 조약돌이 유혹이란 상징어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그 의미는 그 시대의 상류층을 비하한 상징어일 뿐이고, 나는 그 시대의 자유분방한 유희와 유혹이라는 키워드를 빌려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 시대에 과도하게 존재했던 그 유혹, 그리고 유희 말이다.

 

김 길수 작.

이 작품은 빗물에 휩쓸려간 땅바닥의 자갈들이거나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작은 돌맹이들일 수도 있다.  


"변산반도 솔섬에서 담은 이미지이다. 돌은 모두 같은 줄 알았는데, 빛나는 돌도 있더군요. 벌써 가을 타나봅니다. 우리 모두 같은 돌이 아니라 빛나는 돌이 됐으면 합니다." 라고 작가는 적었다.

작가는 돌이 모두 같은 줄 알았다고 했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 크기가 같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그것은 색깔에 대한 언급이라고 봐야한다. 색깔은 빛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빛나는 돌 또한 빛에 의한 반사로 만들어 진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서, 빛이 난다고 해서 돌이 변한 것은 아니다. 빛이라는 발광체가 돌에 반사를 일으킨 결과가 빛나는 돌을 만든 것이다. 작가는 빛나는 돌을 말했던 것이며, 그 다양한 색깔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에 의해 변화되어 보이는 돌을 이야기한 것이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가을처럼 낭만적으로 세상이 보인다는 뜻이다. 기존에 바라봤던 세상이 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멋진 풍광을 미학적 관점에서 촬영하던 작가가 작은 돌맹이 정도에도 화들짝하고 있다. 사물과의 유희에 빠진 것이다. 갑자기 다른 시도를 하고 있음은 변심에서 시작된 발로임에 틀림없다. 선에 몰입했던 작가가 갑자기 조약돌과 같이 어떤 선으로도 연결되지 않은 동떨어진 별개의 것을 작업한 것은 일상을 벗어난 것이다. 글에서 보여지는 '가을을 타는', 그것으로 인하여 로코코시대가 표현했던 유희적인 선들의 과도한 표현은 아닌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

'같은 돌이 아니라 빛나는 돌이 됐으면'. 그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함에 대한 의미의 표명이며, 빛나는 돌이란 차별화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비슷한 사진찍기가 아니라 뭔가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란 공통언어를 사용하여 공감을 얻고자 시도한 흔적도 보인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라는 활자를 사용하여 고독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반사를 만들어낸 빛은 작가를 자극하는 어떤 영향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어는 소통이며, 이미지 속에 드러난 속내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지도 언어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유행가 가사의 '텅빈 내가슴'과 같은 공허함도 잠재울 수 있으리란 신념을 가져본다. 이 둘의 결합은 더하기가 아니라 융합과도 같은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미지의 의도를 말하는 텍스트의 속삭임, 조약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