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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집요함은 사진찍기의 조건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집요하다란 말을 짜증스런 어투와 섞어서 쓰곤한다. 집중과 집착은 집요의 친인척 관계이다. '집..'이란 글짜가 들어가면 어디에 모은다라는 뜻이다. 집요함에도 양면성은 존재한다.  이성에게 사랑을 강요하며 따라 붙으면 스토커이고, 사물에 대해 집요하게 달라 붙어 내면을 찍으려는 작가는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집요란 '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기다' 란 뜻이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그 집요함은 필수적이며, 특히 사진찍기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집요함이 없으면 사진도 아니다. 집요함은 대낮의 단조로움 속에서도 다양성을 잡아내도록 만들어 준다. 그 집요함에 지속성이 합해지면 만족스런 결실이 맺힌다.



촬영장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거나 발상을 위한 생각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이다. 무채색이 가진 집중력이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뒷모습만으로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프페임은 산만함 속에서도 원하는 부위만 발라낼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둠 속에서 밝음을 바라보는 것은 비네팅을 통해 밝은 곳으로 시선을 몰아가는 원리와도 같다.



새벽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프레임과 그 외부의 환경이 달라진다. 의외성의 모습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준다. 풍경에 차가운 시선을 던졌던 내가 자연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사진이 가져다준 기회이다. 사람의 얼굴에만 집요하게  매달렸던 나에게 사물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려졌다. 얼굴과 풍경은 같다란 원리를 터득하게 된 계기였다.




자연 속의 형체에서 뭔가를 발굴하려다 시도했던 크리스마스 트리, 억지라고 생각할 지는 모르지만 나는 흥미로웠던 장면이다. 물 속에 살았던 나무가지가 시련을 겪고 있다. 혹독한 겨울나기이다. 이들에게는 휴식일지도 모른다. 묶여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보면 자유를 억압받는 광경이지만, 얼음에 의지하여 휴식을 취한다면 다른 생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사진은 지향하는 곳을 찍는다. 얼굴에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지만, 풍경 속에 사물들의 자태에서 우리는 그들만의 감정을 더듬을 수 있다. 그것이 사진 찍기의 묘미이자, 사진가들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어  그 접점을 만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며 이런 사진들을 찰나라고 한다. 그러나 찰나는 움직이는 물체의 어느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없는 자연 속에서도 반듯이 순간의 찰나는 존재한다.


'생각 속에 잠기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다르게 보기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하고, 객관과 주관의 중간에서 냉정함을 잃지 말고....'. 어느 프로 사진가의 조언이다. 말은 쉽다. 그러나 이런 어휘들이 쏙쏙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것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경험의 부족한 탓이다. 사람을 포함하여 전부를 사물로 받아 들이고, 때로는 돌맹이 마져도 친구로 바라보는 따스함을 보일때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의 프레임은 사각은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틀은 사각으로 틀을 만들었다. 이성의 각이 틀을 만들면 사진가는 그 안에 감성을 집어 넣는다. 그 안에 넣을 것인가 말것인가, 어디까지를 그 속에 넣을 것인지를 항상 고민한다.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에 익숙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는 더욱 선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선택은 집요함의 정도에 따라서 그 가치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집요함은 사진찍기의 조건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