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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기차여행 5탄, 기차안에서의 이야기 속으로. by 포토테라피 백승휴

경전선은 무궁화만 다니나? 나도 모른다. 그런데 속도가 완만한 것이 예전 비둘기를 타는 기분, 그거 나쁘지 않았다. 느림의 미학,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거기에는 새롭게 접하는 존재한다. 창밖을 보다가, 책이나 노트북도, 그리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다. 몰랐던 그 철길를 타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즐거움이 색달랐다.

간이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얘기. 막 역으로 진입하는 기차를 빠른 셔터 스피드로 인하여 급박한 상황재현에 실패한 사진이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일행만이 기차소리를 듣고 대합실을 황급히 빠져 나가는 상황을 느린 셔터로 촬영했더라면 드라마틱했을텐데, 사진을 찍고 빨리 차에 타야하는 나의 마음도 한 몫했다.

새가 날기위해 뼈 속을 비우고, 이빨을 없앴다는 진화과정을 들으면서 우리가 줄인 짐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새발의 피였다. 물론 부피감은 없지만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소지한 패스는 입석이기에 기차가 오면 빈자리가 많은 곳을 향해서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 나쁘지 않은 느낌.

기차 한칸을 통채로 빌린 듯한 기분! 차에 오르자마자 그 기쁨을 남기기위해 기념촬영을 했다. 이 사진은 약간의 부감촬영으로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가미해 촬영했다. 양쪽 창가에서 들어오는 윈도우 조명은 풍성한 빛잔치였다. 35mm렌즈가 갖는 외곡은 역동성을 살려줬다. 현장도 즐거웠지만 이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검문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기차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받았다. 그러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럴때마다 당당한 나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장의 사진은 엄청 차이가 난다. 우리가 탔던 역은 진상역, 그 역은 매표소가 식당으로 바뀐 곳이기에 승무원이 승차권을 발행하기위해 우리를 찾았다. 우리의 정체를 밝혔다. 패스이용자라고. 장난기까지 발동해 승무원에게 모자를 씌운 다음 기념촬영을 했다. 정복의 점잖음이라는 개념을 탈피한 행위라서 신선한 컷일 거란 생각으로 즉석에서 제안한 촬영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만났던, 잘생긴 승무원은 정자세를 취하며 코믹함을 보여주었다. 

평일날 정오, 경전선의 한가함은 나른함을 가져왔다. 여행은 즐거움을 주지만 색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가 소모된다. 옆자리에 가방, 그리고 돌려놓은 의자에 다리를 뻗고 앉아 단잠을 청한다. 한 손에 카메라를 꽉쥔 모습이 그에게 카메라가 어느 정도의 보물인지를 말해 준다. 감미로운 음악이 자장가가 되었을 것이다.

부부라 했다. 남편과 아내, 그들의 정겨운 대화는 찍을 소재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실,  허락을 맡고 연출에 의한 사진이다. 왜, 이런 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느냐면 사진찍기 바로 직전에는 이보다 더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부인의 친절함이 아직도 기억에서 멤돈다. 기차여행은 새로운 장소만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하는가 하면, 노트북과 핸드폰의 충전을 위해 콘센트를 찾아서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 아이폰족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 그대로 나타났다. 나와 처지가 같은 사람이어서 찍은 사진이다. 의자에 앉아 잠이 들면 나름 고상함을 갖지만,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기차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여행은 철저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절대 순순히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그랬다면 더더욱 재미 없어질 것이다. 기차가 오는 시간에 대한 착오, 기차안에서의 사연들, 그리고 창가에서 보이는 광경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가 그것이다. 여행은 체험의 현장이며, 책에서 얻을 수 없는 교훈을 얻는 학습의 현장이다. 고스톱의 일타투피!


기차여행 5탄, 기차안에서의 이야기 속으로. by 포토테라피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