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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여동미작가의 karma. 인사아트센터 2014년 5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전시장은 생각을 만나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생각끼리의 미팅이 주선된다. 즉석 만남도 가능하다. 인사동은 그런 전운이 항상 감돈다. 생각들이 동아리를 틀고 앉아 그들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인사아트센터는 선별된 작가들의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서 한번에 여러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고, 뒷맛도 개운한 편이다. 물론 작품이란 나쁜 것은 없지만, 극명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그 이상의 더하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동미작가의 업(Karma)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삶이자, 그것도 여자의 삶 그리고 작가의 내면에 공기처럼 휘감고 있는 일상이 아닐까하는 의문으로 말문을 튼다.

아담한 전시장, 창밖에는 대표 작품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호객행위 중이었다. 십중 팔구는 낚였다. 작가에게 Karma는 그의 환경이다. 이런 확신은 사진에서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술은 사진과 다르지 않다. 그림만 내면을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 또한 환경 속에 존재하는 현상을 지향하며 담아내기에 그렇다.   

옆으로 누워 있고, 턱을 고이고, 머리를 산발하고, 째려보고, 눈을 반쯤 뜨고 주시하고, 한복 끈을 질끈 묶고, 머리를 엽색하고, 칼라풀한 의상과 배경을 그려내고, 목이길어 시원스러우나 한이서려 보이고, 쇠골이 섹시하게 보이고, 손짓 몸짓을 다하며 뭔가를 말하려 하고, 고함치며 분노하는. 이것으로는 여동미 작가의 작품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풍경이나 소품 등 사물에 대한 표현하는 작가에 비해 인물을 터치하고 있었고, 제목에 업(Karma)이라는 단어가 그 내용이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논문, '포트레이트 사진촬영이 중년여성의 웰빙에 미치는 영향'에서 여성을 논한바 있기에 '여동미작가의 여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시장에서 만나지 못했기에 전화를 걸었다.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KLIMT의 작품을 닮았어요. 이런 말을 듣고 그것에 수긍할 작가는 없다. 그것은 작가의 디퍼런트에 대한 도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KLIMT와 다르다고 했지만 대화 중에 작품을 어필하는데 느낌, 바디랭귀지, 텍스트 중에 어느 것에 집중 했는지의 물음에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바디랭귀지라 했다. 구체적으로는 손짓,  그것이 KLIMT의 스타일과 닮은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을 응집하는 화가의 작업에서 시대와 환경이 다른 두 작가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그러나 인물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바디랭귀지는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몽환적인 눈빛, 그리고 특히 몸의 언어를 통하여 작가의 의중을 전달하고자 했던 방식이 닮아 있었다고 본다.

작가는 여자를 약자(강자의 반댓말)라고 했고, 그 약자에 자신도 포함시켰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말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란 어투에서 세상에 자신의 몸짓을 작게 그려내고 있었다. 통화는 십자가로 이어졌다. 예수의 십자가처럼 인간에서 항상 보이지 않은 곳으로 부터 십자가는 메어져 있다. 나는 그 십자가를 좌절로만 보지 않는다. 십자가의 무게감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남의 떡'은 항상 크고 로망의 대상이다. '남의 떡'처럼 나의 십자가는 나에게 가장 무거운 것일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삶을 '바둥거림'으로 표현했다. 그 '바둥거림'은 강자와 약자에게 가해지는 질감의 차이에 따라서 각자의 크기는 다르게 보이지만 비율의 문제로 바라보면 당연히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 받아 들일 수 있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본다.  작가는 여성의 업을 표현하는데 신화를 활용하고 있었다. 인간, 즉 자신보다도 더한 삶을 살았던 신화 속의 여인들의 고통을 극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타인을 인지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택한 것이라 했다.

그 업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닌 신이 인간에게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고뇌의 환경은 작가를 더욱 단련시키며 명풍 작가로의 가치를 상승시킬것이라는 위안과 확신을 던지며 전화를 끊었다. 좀더 흥미로운 내일이 기다릴 것이란 생각이다. 

'인물을 그린 여동미 작가에게서 나의 길을 비추는 불빛을 찾아낸 듯 하다. 나는 얼마 동안 풍경 속에서 얼굴을 찾으며 고민했던 적이 있다. 이제 인물에 집중하고자 한다. 특히 작품의 방향에 인물을 접목시키려는 의지에 확신을 받았던 만남이었다."


여동미작가의 karma. 인사아트센터 2014년 5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