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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기차여행 7탄, 전주의 향기를 맡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전주의 한옥마을은 전주를 상징하더라. 숙박이란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둘이 잘 어우러져야 사람들이 그곳을 다시 찾게 된다. 전주 먹거리와 한옥마을의 잠자리가 그 조건을 충족시켜 준다. 한옥마을의 잠자리는 성현들의 지혜가 모아져 완성된 지혜의 완결판이라해야 한다. 사진들은 전주를 방문한 오후부터 그 다름날 아침의 풍경을 담은 것이다. 나의 사진에는 사람이 많고, 정경사진의 소재들도 의인화된 화법으로 표현했다.

황톳빛이 한옥의 담벼락을 상징하는 단어라면, 흰색벽은 이국적이라고 봐야 한다. 외국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길 건너편에 지나가던 외국인들에게 부탁해서 그 흰색벽을 걸어가라고 연출한 사진이다. 친절하게 응해준 그 부부에게 감사를 표현다. 특히 한옥마을에서는 이국적 흰색 담과 외국인, 그리고 벽에 그려진 한옥건물와 나무가지의 선명한 그림자가 마치 화가의 그림같다. 담너머에 한옥이 보이지 않았다면 또 다른 공간으로 비춰졌겠지만 한옥마을에 있는 벽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기위해 남겨뒀다.

석양빛이 발악하고 있다. 석양의 부드러움이 아닌 따스한 빛깔이지만 강렬하다. 학생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연인이라기 보다는 같은 동네 사람들의 정겨움으로 보인다. 가게 앞에 놀고 있는 아이들과 상점에 들어서는 여자의 종아리에 비춰진 오후의 햇살이 눈에 띈다.

노란색이 일색이다. 다양한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담을 통, 햇살이 신비롭게 비취지는, 그 안에 신비롭기에는 어색한 한 남자의 사진이다. 그 주변에는 플레어된 햇살까지도 노란빛을 띄고 있다. 젊은이의 사진은 양해를 구했고, 나중에 메일로 몇컷을 보내주며 대화까지 나눴다. 두번째 메일에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약간은 반항적인 느낌이었지만, 말을 걸어보면서 그런 선입감이 사라졌다. 전주에서 첫번째로 말을 걸어본 사람이다.

멋지게 꾸며진 카페가 그 안으로 초대했다. 들어가는 중간에 창 안으로 보여지는 광경들이 감각적이었다. 현대와 과거가 한꺼번에 숨을 쉬는 그곳, 전주 한옥마을이다. 커텐처럼 길가에서 눈에 띄었던 하얀색 천이 바람에 나불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일행은 신기한 듯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 곳에서 일행들과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으로 눈팅만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장미 넝쿨까지도 석양빛으로 아름다웠다. 빛이 각각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작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어느 집 대문 앞을 지나다가 한복입은 여자를 보았다. 노크도 없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댔다. 양해도 없이. 한옥마을은 낯선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익숙한 곳이었다. 사람은 절대 낯설지 않음에 익숙해 있었다. 웃음으로 화답하는 친근함이 더욱 그곳을 정감있게 했다.

석양에 매료되고 있던 시점, 그곳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담에 그려진 그림자마저도, 저 멀리 넘어가는 잔광까지도 나의 가슴 한 가운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칼이 아닌 펜의 힘처럼. 나는 전주 한옥마을의 석양을 바라보면서 또 하나의 지혜를 얻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막걸리 따로, 안주 따로 팔면 된다. 그러나 막걸리 한 주전자에 얼마, 이렇게 가격을 붙여놓고 안주가 꽁짜! 하나 하나 따질 수 없지만 그 푸짐한 인심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두번째 막걸리는 가격이 달라지며 술안주 하나가 나온다. 이런 실용성이라니... 막걸리에 취하고 그들의 지혜로움에 취하니 한옥마을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었다. 

아침, 경전선을 타기위해 일행들의 발걸음은 바쁘다. 한옥마을의 위치를 말해주는 높은 빌딩이 저 너머에서 현재와 과거를 말해주고 있었다. 편안한 잠자리가 광란의 밤을 가볍게 해주었다. 아침 햇살이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전주는 오랜 전통을 관광의 도시로 완성한 지혜를 담고 있는 도시이다. 또 가고싶은 유혹이 뇌리를 스친다.


기차여행 7탄, 전주의 향기를 맡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