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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순천, 선암사에서의 사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순천에 가면 선암사가 있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선암사를 올라가는 길에서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다. 마음이 차분해 졌다. 짧은 시간마다 다른 물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항상 다른 소리를 내건만 우리는 같은 소리로 듣는다. 같은 소리가 아니며, 같은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보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못에 담아놓은 가을하늘이 손짓하고 있었다. 녹색 이파리가 석양의 배려덕에 포근해졌다. 물에 비친 이파리는 형태와 하늘의 구름은 형체라, 서로가 호흡하며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지 않았던들, 이런 화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진이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은 빛의 향연과 색감의 대비만이 아니다.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몸짓이다. 인간의 삶에서 몰입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대단한 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축복 같은 것이다.

속도에서의 여유는 느림을 의미한다. 셔터의 기다림은 곱게 빗어내린 머리칼처럼, 때로는 계곡에 내려오는 물이 우윳빛으로 변하는 환영을 맛본다.

빛의 향연, 샘감이 시선을 끈다. 오래 된 세월 속에 종교적 신념이 가득하지만 더욱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자연과 어우러짐에 있다.

그늘 속에서 담담하게 손짓하는 색감, 바닥에 수를 놓은 의미, 이들은 인간에게 무언의 언어를 통하여 소통하고자하는 이지를 보이고 있다. 

뭘 찍는 것일까? 함께 같은 곳을 향하고 있지만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 사진찍기의 묘미이다. 바라봄이란 자신의 휠터로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세상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이자 제안이다. 나에게 선암사는 함께 한 사람들과의 교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가을의 초입에 만나는 사색의 기회였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겠다.

 

순천, 선암사에서의 사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