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말이 많다. 모호성과 다양성이 그 이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작가의 의도와 달리 해석하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모호함으로 부터 생겨나는 다양성 때문이다. 보는 이는 자신의 판단에 집중하며,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 다양성과 모호성, 이 둘은 인과적이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찍고 있는데 한 여성이 지나간다. 연초점과 느린 셔터 스피드는 흐릿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행인을 익명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했다. 이 사진은 뒷편의 작품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 의도였다. 그러나 흐린 기억처럼 행인에게 시선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그 익명성이 행인이라는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둔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작품 속의 남성이 계속 여성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 안의 시선처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촬영자가 작품 속의 주인공과 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주인공은 그 익명의 행인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촬영자는 액자 속의 주인공과의 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나, 삼각관계처럼 그 주인공은 행인에게 시선을 옮기고 있다. 사진에서의 시선처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프레임 안에서 피사체간의 관계를 설정하며 세련된 시선처리를 한다. 이 사진이 바로 그런 예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얽힌 관계들이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기에 이른다.
프레임 안에 삼각관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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