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세상이 들린다.'
이런 제목 보다는 마음이 열려야 세상이 들린다는 문장이 더 강력하게 어필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만 관대하고 타인에는 엄격하다.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움 속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라도 하면 금방 알아 듣는다. 소리만 그럴까, 어디서든 내가 들으려고 하면 그 소리가 들리고 보인다. 이게 세상의 이치이다. 오감이 세상의 기호를 읽어내는 역할을 한다. 소리나 사물이 들리고 보이는 것이 비단 청각과 시각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를 총괄하는 마음이란 중심체로부터 좌우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산이다. 어디에서나 있는 베란다 끄트머리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입춘이 지난 어느날, 베란다에서 앞산을 바라본다. 삼한사온의 영향으로 그날은 포근하다. 부슬 부슬 비가 내린다. 이슬비보다는 크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보다는 작다. 보이지는 않는다. '이건 뭘까?'를 되뇌이자 '사각 사각' 소리가 들린다. 굵은 빗소리는 커녕 길가의 찻소리도 때로는 듣지 못하던 건조한 성격탓이었을까, 못들었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 문장을 현재형으로 쓴 것은 비단 그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적이던 개구리 소리도 들리지 않을때가 있다. 길가에서 그 시끄럽던 자동차 소리도 선택적이다. 무심하면 들리지 않는다. 어떠한 아름다움도 나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아름다움이란 없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세상을 관장한다. 얼마나 대단한 존재란 말인가. 마음은 나의 중심에서 나를 조정하며, 나만을 거래하는 독점적 존재이다.
마음을 열면 세상이 들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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