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5년 7-9월 여성센터 포토테라피 강좌. 몰입을 꿈꾸는 세상.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몰입을 꿈꾸는 세상, 이번 학기 포토테라피 강좌의 주제이다. 몰입은 사람들에게 재빨리 시간을 빼앗아가며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준다. 세상은 항상 하나를 가져가고 대신 하나를 준다. 시간의 문제는 오묘하기에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에 의해서 기쁨과 슬픔을 만들어낸다. 혼돈이나 정돈이냐. 하루에도 수십번 교차하는 감정의 변화가 삶을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든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책거리라도 하듯 전시를 한다. 한 권의 책은 매듭지을 수는 있지만 배움이란 끝이 없다.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 또한 없다. 이런 전시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에 필요하다. 2초의 셀프타임을 놓고 뛰어 들어가 무리들 속에 합류하는 사진찍기는 색다른 경험인지 사람들이 흥미로워 했다. 이런 행동 하나 하나가 '다르게 하기'의 시도인 것이다.

사진으로 몰입하다? 몰입을 설명하기에 놀이를 비유하면 좋다. 놀이는 너무 쉬우면 놀이가 되지 않는다. 적당히 어려워야 한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맛에 의해서 놀이에 빠져들게 된다. 사진도 그렇다. 명강사에 의해서 몇 단계를 뛰어 넘을 수는 없으려니와 그래서도 안된다. 그 단계를 넘어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창작은 끝이 없다. 목표하는 그곳에 가면 그 이상의 목표가 생긴다. 인간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냥 셔터를 누른다. 그 다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찍으려 한다. 관심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점점 해야할 일들과 준비해야 할 일들이 태산같다. 나중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하여 찰나를 잡아내기위해 두눈을 부릎떠야 한다. 왜 피곤하게 그러느냐고? 이 과정에서 몰입을 느끼기에 빠져나가기 힘들다. 이제 당신은 사진의 포로가 된 것이다. 

사진은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하고, 아름다움을 프레임 속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 사진은 혼자이나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이 매력적인, 그래서 몰입하며 희열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다. 그 정도다. 사진에서 몰입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순간, 그것이 득도의 순간이다. 

새벽 안개를 뚫고, 거센 물줄기를 넘어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아니,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때 나는 몰입된 상황에서 하이에나처럼 먹잇감을 찾아 떠나고 있었다. 좌측에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곱슬머리가 나다. 나는 두렵지 않았다. 순간의 환희를 느끼기 위한 전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찍기의 즐거움, 몰입!> 이렇게 강의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