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골을 아시나요?
풍경은 바라볼수록 마음이 편해 지는 곳, 뒷산은 나지막하여 부담스럽지 않고 동네 사람들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 정원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봄이 되면 대문에 '입춘대길'이란 글자가 걸려 있는 곳,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 빨래터에는 아낙들의 수다소리가 정겨운 곳, 여름이면 계곡물에 수박 한통 담가놓고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곳.
어디, 이런 시골 없나요?
5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피렌체, 그 곳에서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만날 수 있다. 첫사랑처럼 옛것의 추억은 현재의 아픔을 감싸준다. 기억의 밑단을 더듬으며 인간은 스스로를 찾아간다. 인간은 공간 속에서 스치는 바람에 불과하며, 공간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기다려 준다. 기억을 담은 그 공간!
여행 중 잠시 묶었던 시골, 그 동네 사람들도 사진 속의 이곳이 낯설다고 했다. 저무는 하루를 아쉬워하는 구름이 말을 걸어온다. 개발의 편리함에 멍든 공간들은 마음의 추억을 빼앗아 버린다. 여행이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만남에 대한 기대 때문일 거다.
연합뉴스의 연재 9월, 이런 시골을 아시나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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