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대마도의 봄, 숲 속에서 힐링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겨울에 한번 가고, 그 곳에 빠져 봄에 또 갔다. 청정지역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 대마도! 길거리와 마음 앞 할 거 없이 깨끗하고 조용했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팬션 뒷산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가이드이자 팬션 주인의 안내로 슬슬 걸어가며 슬로라이프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새소리때문에 동영상도 가끔 찍었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눈과 귀가 호강하는 산행이었다. 힐링이란 조용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일행들이 이게 진정한 힐링이 아니냐고 이구동성이었다.

짧은 동영상이었지만 한들거리는 풀잎과 파도소리를 담고 싶어서였다. 감상하시길...

비온 지 꽤 되어서인지 계곡에 물이 없었다. 졸 졸 흐를 정도였다. 물이 고인 곳을 만났다. 그곳에 반영된 나무들을 찍었다. 연녹의 나무잎이 눈을 시원스럽게 해주었다. 아이들처럼 돌맹이도 던지고, 이리저리 살피며 반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특히 반영은 조금만 각도를 바꾸워도 다른 세상을 목격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나의 사진가들을 위한 기념촬영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기념촬영의 의미가 그곳에 무엇을 하고 있었다 이다. 그 의미에서 아주 딱 맞는 포즈가 아닐까 싶다. 산행초입, 쓰러져가는 가옥 안으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장면이라며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 컷은 예상하겠지만 또랑을 건너서 뛰어가 셀프타이머로 나도 함께 했다.

산 속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어떤 나무, 어떤 빛을 비롯하여 어떤 소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는 것은 없다. 부드러운 빛이 나무 사이로 잔잔하게 내려앉은 곳에 이름모를 나무가 있었다. 굳이 이름을 알 필요도 없었다. 마음으로 대하고 다가가면 그도 나에게 응대해준다. 따스한 눈길로...

깊은 산 속,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노부부가 연인관계임을 증명하는 사진을 찍었다. 이번 촬영여행에는 두부부가 함께 했다. 혼자 온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할 정도로 다정스러웠다. 그 관계를 보여주려는 촬영에 들어갔다. 

오후 2-3시경, 태양이 하늘에서 직사광을 내품는다. 이럴 땐 숲 속으로 들어가야한다는 것이 나의 촬영 노하우이다. 대낮이라도 빛들이 나무들 사이로 삐집고 들어오면서 스팟광을 만들어내며 임팩을 준다. 이런 빛이 들어와도 잘 살펴야 카메라에 들어온다. 가능하면 그늘에서 바라보며 그 빛줄기를 잡아내야 한다, 어렵게 잡아낸 만큼 흥미롭다.

카메라는 어른에게 아이를 찾아준다. 어떤 것들이 있길래 유치원 아이들처럼 순수열정으로 그곳을 향하는지 궁금해진다. 그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풍광이 더욱 기대된다.

일본여행, 특히 대마도 여행은 온천이 필수다. 산행하며 노곤노곤한 몸을 온천에서 풀어낸다. 노천은 아니지만 창문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멋지게 들어오며며 즐겁게 해준다. 

가로등이 켜졌다. 저녁을 알리는 빵빠레처럼 보였다. 주차장 건너편에 가로등이 생뚱맞아 보였지만 아직도 밝은 태양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이 느껴졌다. 저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 편안한 밤을 기도하는 것이었으리라 믿는다.

저녁은 동네 식당으로 갔다. 일행이 많은 패키지 여행은 가지못하는 작은 식당이었다. 두번째이어서 인지 주인이 더욱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숙성된 소고기의 담백함과 후식인지 메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으로 푸짐한 참소라가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배터지는 집이라고 이름을 지어줘야 할 지경으로 두번의 방문 모두가 그랬다. 일본 소주를 시켰다. 그래도 그 곳의 술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행동으로 옮겨졌다. 좋은 습관이 생긴듯 하다. 

대마도의 봄은 풍성함을 보여준다. 신비로움처럼 어디를 가나 깊이 들어가보면 양파처럼 깔수록 새록새록이다. 힐링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조용히 나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며 조곤 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왕따 당했던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때 나는 서서히 마음을 열며 미소짓는다. 


대마도의 봄, 숲 속에서 힐링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