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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대성리, 추억 찾아 삼만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대성리, 추억 찾아 삼만리.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혼자서 지그시 눈을 감고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은 십중팔구 아련한 기억에 잠겨있는 것이다. 여행은 그런 기억을 만드는 것이고, 카메라는 그러기에 딱 좋은 도구다. 기억은 망각의 강을 건넌다. 사진은 기억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자, 담아두는 것이다. 대학시절, MT장소였던 대성리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념촬영이다. 등에는 배낭, 어깨엔 카메라! 설레는 표정을 하는 연출이었다. 아무리 완벽한 연출도 그때 그 시절을 표현할 수는 없다.  여러번의 시도에서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그때를 돌이키려했다.

 

아침엔 비가 내렸다. 빗소리를 들으며 분위기라도 잡으라는 듯. 연녹의 담쟁이 넝쿨이 눈에 들어왔다. 좌측에는 마른 덩쿨이, 다녀갔음을 알리는 낙서, 그리고 고인 빗물이 흘러내렸다. 마치, 물방울 소리가 설레는 심장 박동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때는 단체 숙박이었다. 지금은 큼직한 팬션들이 즐비했다. 족구장은 기본이고, 고기파티장을 깔끔하게 준비해 요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었다. 동네어귀에서 셔터를 눌렀다. 전봇대, 사다리, 비료푸대, 쌓아올린 돌벽, 그 위의 텃밭,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리 산들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아련함을 위해 흑백이 아니어도 충분했다. 지금 봐도 좋다.

일행들과 보트를 탔다. 나의 학창시절엔 노를 저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모터보트였다. 노를 젖는 배와 모터보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비처럼 느껴졌다. 모터보트에 타자마자, 빠르게 움직였고 함성이 터졌다. 물이 튀는 올랐고, 장난스러운 운전자의 곡예는 무서움이 웃음으로 바뀌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해주었다.

패션모델컨셉 촬영놀이! 폼생폼사, 그 시절의 동창생들이 떠올랐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젊음, 나의 기억은 더욱 깊숙히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점심은 닭갈비에 막걸리, 저녁에는 <별이 보이는 집>이란 팬션에서 별을 헤며 밤늦도록 놀았다. 삼겹살과 소시지, 그리고 각자 싸온 밑반찬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대성리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리움 하나가 추가되었다.


대성리, 추억 찾아 삼만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