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문래동에서 7년을 살았었다. 제 2의 고향이라고 해도 시비 걸 사람은 없다. 그때는 몰랐다. 발전의 뒤안길에 있었으며, 동네 사람들이 좋다는 것 말고는 또 다른 흥미거리는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처럼 사물과 풍경사진에 재미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정든 곳이기에 가끔 지나가다가 골목 칼국수집이며, 고깃집도 들르곤 한다. <정감있는 문래동>, 이런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린다. 서울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소외된 지역이 꽤 있다. 그 중에 한 곳이다. 그런 공간들이 나는 정겹다. 내가 촌놈이라서인지 그렇다. 왠지 믿음이 간다. 그곳의 사람들과 풍경 모두가 말이다.
이곳은 공간지대다. 개발과 이사의 과정에서 눌러 앉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을 붐비는 식당에서 동네 사람들과 겸상하면서 듣게 되었다. 건물의 담벼락 아래 풀이 자란다. 그런데 그게 어색하지 않다. 주인이 게을러 보인다거나, 세련된 조경도 아니다. 굳이 단어를 붙인다면 무던하다? 그냥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있다. 자연스러울 뿐이다.
아이를 어른들이 그렸다. 벽면에 그린 그림이 톤이며 형태가 볼 수록 고향스럽다. 해는 점점 늦은 오후로 달리며 긴 그림자와 따스한 햇살을 비춰진다. 보면 볼수록 정겨운 것도 이런 햇빛의 장난질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카메라를 든 나는 빛놀이를 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곳은 신생 문래동 아트촌이다. 몇집만 아트였고, 한집 걸러 공장이었다. 아니, 그게 더 어울렸다. 어울림! 꼭 까부수고 새롭게 해야 것은 아니다. 공장의 골격을 그대로 활용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예술의 참된 의미이며 맛이다. 작은 행사장에는 4-5군데에 가서 도장을 받으니 맥주 한잔을 받을 수 있었다. 한잔을 들이키니 시원하긴 했지만 술기가 바로 올라왔다. 낮술에 취한 것이다. 낮술에 묘미는 안 취해 본 사람은 모른다. 꽤 괜찮다. 아흐, 아롱다리!
사람도 정겹다. 아저씨는 더 정겹다. 물을 뿌리며 눈인사를 건내며, 얼마 전까지 어머니와 함께 사셨는데 돌아가셨다고 했다. 집안도 구경하라고 했다. 집안에 창문이 높았다. 그리고 그 곳에 화초가 소담스럽게 생동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마마보이였거나 효자였을 가능성이 99.999%다. 참말로 환경이란 사람과 많이 닮는다. 이곳 문래동은 사람들이 순박하다. 참 좋다.
문래동 거리를 걷다, 대낮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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