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의 한옥체험! 1박을 위해 북촌 근처를 찾았다. 조그만 방 두개를 얻었다. 둘러 앉아 깔깔거리며 <그 옛날 시골>을 느끼며 오후를 보내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방에서 돌아왔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다 잠이든다. 이게 이번 체험의 컨셉이었다. 이불 속에 발을 넣고 벽에 기대고 앉아 수다를 떠는 컨셉! 이런 컨셉은 환경과 사람들의 마음갖음이 중요하다.
밤을 깊어 가고,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워 동치미 국물과 마시면 좋으련만. 우리는 화장실만 딸린 조그만 사랑방인지라 원하는 바를 절제하며 그 나름의 운치를 느끼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보다 좋은 것은 읎다> 였다.
앙상한 나무가지에 붉은 감이 때를 잊은 듯, 우두커니 매달려 있었다. 단풍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를 대신하는 모양이었다. 열매는 익었다고 다 떨어지지는 않는다. 곰삭거나 열매 끄트머리가 상했을 때 떨어진다. 그 또한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던가, 발로 나무를 걷어차며 감이 떨어지길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부른다.
흥선대원군의 초상이 보이는 운현궁에서 유럽 젊은이들을 만났다.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이들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사진을 메일로 보내주기로 협약?하고 기념촬영을 찍었다. 조건부여서 그런지 어떤 포즈를 시켜도 '척척'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다는 일념으로 재미나게 찍었다. 내가 올린 페북의 주소도 함께 보내줬다. 그들의 메일 주소가 .... @hotmail.fr 이라고 했다. 아마 프랑스 친구들이 아닌지 싶다.
1차로 갔던 동료들과 사진 놀이를 했다. 컨셉은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와 <고독한 일상>이었다. 하나는 오갱끼 데스카라는 영화의 느낌으로 찍었다. 또 하나는 <고독한 일상> 컨셉으로 여인이 골목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고독한 듯 보이지만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바랬다. 대나무 앞에 선 '연인같은 동료'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계동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작은 골목이 힐끔 보이길래 카메라를 꺼내든 것이었다.
동네를 거닐다가 사물과 사람을 찍었다. 계동 안쪽으로 현대식 감각의 <오래된 컨셉의 스튜디오>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사람위주로 찍은 흑백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안쪽에는 직원과 상담을 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대문 앞 꽃은 대문에 기대 비스듬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묶었던 곳에서 찍은 것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3-4명이 붙어서 자야하는 작은 온돌방에서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방안에 앉기도, 눕기도 하면서 잠이 오면 잠을 자다가. 말 그대로 게으르게 <딩굴> 거렸다. 이 얼마만의 여유로운 즐거운 체험인가?
이 곳은 안경점이다. 밖의 간판은 목욕탕이었다. 그 목욕탕은 우리나라 최초였다고 했다. 그 가치 때문인지 간판은 그대로 였다. 그런데 안은 화려하고 세련된 안경점?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사진가의 눈에 띤 사진관! 오래 된 건물에 세련된 감각의 인테리어와 사진들이 괜찮았다. 사진이 전부 흑백으로 프린트 되었고, 작가는 외형이 아니라 내면을 찍어낸다고 유리창에 써 놓고 있었다. 작가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으며 옛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아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 먹었다.
온돌 방안에서 오후를 딩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낮과는 달리 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떡집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가들이의 공간이 즐비하고 감각적인 식당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게 사람들의 새로운 아지트가 만들어지는 수순이다. 그 다음이 고급화가 시작되고, 그 고급화는 오래된 것에 대한 욕구와 대비되면서 흐름은 내리막으로 향한다. 많은 곳들이 그랬다. 상징적인 옛날 떡집이 밀려나면서 이런 수순을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곳의 떡집이 제발 끝까지 그 곳의 분위기를 유지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을 지켜주길 간절히 바란다.
북촌 나들이, 한옥에서의 1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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