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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제주도의 하룻밤, 귤밭 안 집에 묶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제주도, 대한민국 국민에겐 여유를 발견하는 섬이다. 비행기 타는 맛에 가는 곳일 수도 있다. 가을 겨울이면 돌이나 바람보다도 담장 안의 귤들이 더 많이 보인다.  바닷가에는 카페들이 즐비한 것이 생각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가 보다. 아내와 단 둘이 갔다. 예전에 블로깅(http://www.100photo.co.kr/1272)했던 카페에 다시 들러 주인을 만났는가 하면 맛있었던 식당에도 들렀다. 검증된 곳들만 찾아간 안전빵 여행이었다. 믿음은 체험에서 터득한 게 최고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는 온통 귤 밭 이었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숙소가 귤밭 안에 있었기에 온통 귤나무였다. 물먹은 귤이며 이파리들이 촉촉한 게 생생해 보였다.

겨울엔 잘 익은 귤들이 지천에 깔려있었다. 여행 코스로 직접 귤을 따는 코스도 있다. 온통 주변이 귤밭 이었다는 걸 날이 밝고서야 귤밭 안의 농가 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귤밭에는 주인집과 손님을 받는 별채로 두개 뿐이었다. 우리 내외는 별채에서 잤다. 친절하고 인정 많아 보이는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따놓은 귤이 달달했다.

도착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주인은 집에 없었다. 낮에 만나 문여는 방법을 알려줬다. 문틈 사이로 손을 넣어 고리를 풀면 문이 열린다고 했다. 인적없는 동네의 분위기는 아늑함과 더불어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돌담 밑의 노란 꽃이 수줍은 듯 밤인사를 했다.

사진 찍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 했다. 밭의 경계는 당연히 돌담이었다. 녹색 이파리 사이 사이로 노란귤이 눈에 확들어왔다. 귤밭은 오랜 세월을 겪으며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 놓은 감귤이 나딩굴고 있었다. 마당에 잔디가 걸을때마다 푹씬 거렸다. 부부가 함께 앉아 일을 했을 탁자와 의자, 그리고 수도가와 그 너머 귤밥이 순차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담장 밑에 화려함을 자랑하는 붉은 꽃이 눈에 띄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모습에서 주인 내외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땐 몰랐지만 돌아와 생각해 보니 기억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좋은 느낌으로.


제주도의 하룻밤, 귤밭 안 집에 묶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