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나는 그곳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경복궁, 신랑 신부들의 야외촬영이 유행했던 시절이었으니깐. 어느 때부터인지 고궁 주변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고궁입장료 혜택이란 제안이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혀줬고, 외국인들까지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진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아주 괜찮은 모습들이다. 사진반 출사, 경복궁을 찾았다.
재미난 사진이다. 행단보도, 고궁, 그리고 멀리에는 산이 보인다. 그냥 보면 사진이다. 그러나 이 사진 속에는 만들어진 연대순를 명확하게 달리하고 있다. 그 순서는 먼산, 고궁, 그리고 횡단보도 순이다. 먼산은 인간의 탄생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고궁은 인간이 과거에 만든 것이며, 횡단보도는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만들어 낸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콜라보. 멀리 있는 산과 가까이의 행단보도는 이런 수순에 따라 프레임에 담겼다.
모두는 한복을 입었다. 일행 중 나만 사진사로 남았다. 몸살을 핑게로 두꺼운 잠바차림으로 어슬렁 거렸다. 아마 난 25년 전을 그리며 신랑신부를 찍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외국인, 한복입은 학생, 그리고 건물 안의 모습은 타자를 촬영한 것이다. 건물 안의 사물들도 나에게는 타자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들도 타자이다. 또 다른 나는 자아, 그것은 1차적으로 타자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념촬영 퍼레이드이다. 단체사진이며, 개인사진이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필름시절에는 핫셀 120mm 필름을 사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1롤에 12컷, 조심스럽게 찍었다. 연사는 생각지도 못했다. 셔터는 곳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딱 원하는 사진을 찍는다는 차원에서 그 시절이 더욱 진정성과 정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복을 입고 온 학생들을 만났고, 그들이 나에게 촬영을 요청해 왔다. 잘 됐다 싶어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포퍼먼스에 돌입했다.
아이러니한 사진이다. 그런 느낌을 위해서 사진에도 채도를 뺐다. 완전 흑백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 시절이 아니기에 <여지>를 남겨 놓은것이다. 고궁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카메라를 든다? 타임머신을 탄 과거인이 현대의 도구를 활용하여 과거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모양새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진이기에 경복궁 방문에 대한 마지막 사진으로 넣었다.
재미난 건, 환경이 바뀌면 우리들의 맘도 달라진다. 맹모삼천지교, 자식을 위해 그 어머니는 환경을 바꿨던 것이다. 일행은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 보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럴 듯 하게 하려다가 결국은 실패하고 귀가한 하루였지만 그런 시도만으로도 즐거웠다.
경복궁 나들이, 한복입고 과거를 체험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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