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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여행 백승휴

부산 출사, 오륙도 & 이기대 트레킹과 감천마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무박 이일 출사! 낭만 보단 실용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바쁜 이들에겐 딱이다. 서울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새벽 3시 30경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국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다음 목적지인 오륙도 부근으로 향했다. 그리고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다.  꼭 계획대로 될 필요는 없다. 안 되는 경우도 많지만 갑자기 당황스런 일이  발생하곤 한다. 당황 보다는 좋은 이벤트로 받아들인다. 이번 부산 여행도 그랬다.

자화상을 찍었다. 유리창에 비친 희미한 모습이 나를 상상하게 한다. 거사를 치르고 난 뒤 가능한 일이다. 여행을 하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희열하는 나는 과연 누군지 되뇌어 본다. 기억처럼 흐린 모습에는 다양한 나를 상상한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로 시작되는 가사가 나의 몸과 마음을 그곳으로 향하게 했다. 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곳으로 떠오를 태양과 직전의 상황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오메가를 비롯한 멋진 일출에 목숨을 걸지만 난 그보다 일출전의 색깔과 질감을 즐긴다. 이번에도 그랬다. 날이 밝기전의 푸르스름한 느낌에 열광 했던 것이다. 인공과 자연의 빛, 새벽에 피는 꽃, 작은 것으로부터 스토리 텔링하기 등 다양한 스타일로 사진을 찍었다. 오륙도,  다섯개인지 여섯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일출을 뒤로하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걷는 내내 파도소리가 들렸고, 바다가 나를 따라 오듯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멀리는 해운대가 보였고, 중간엔 넓은 바위 마당도 있었다. 그 마당에서 파도와 놀기도 하고 뒤로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기암절벽이 셔터 수를 늘려 주었다. 이정표엔 LA랑 이국만리까지도 거리가 나타나 있었고 너와 나의 거리는 zero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를 말하는 듯했다. 재미난 생각이었다. 살짝 웃음을 주는 이정표였다.

  

이번 출사의 빅이벤트는 갑작스럽게 생겼다. 구간 중간에 공사중이어서 좁은 산길로 돌아와야 했다. 풀은 무성 했고 길의 흔적이 조금씩 보이는 오솔길이었다. 옆으론 짜릿할 정도의 낮은 절벽이 있었고, 긴장감이 자극적 이었다. 두번의 기념촬영이 있었으나 둘은 완전히 달랐다. 일출 후의 여유로운 상황과 또 하나는 긴박감이 묻어있는 것이었다.

감천 마을엘 갔다. 예전과는 달랐다. 커피숍도 늘어났고, 학생복과 한복 컨셉의 의상도 빌려주는 곳도 있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팔뚝에 선도부와 전교회장이란 띠를 두른 교복을 입고 있는가하면 한복 입은 모습들이 예뻤다. 흥겨운 표정들 이었다. 카페는 전망을 팔고 있었다. 들어가 두리번거리자 일단 주문하고 찍으라고 했다. 주인은 자기네 샵이 뷰가 제일이라면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 한잔 마시며 옥상으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망중한을 즐겼다. 부산은 새벽으로부터 시작하여 대낮의 느낌까지 찍으며 내 기억 속에 저장되고 있었다.

부산 출사, 오륙도 & 이기대 트레킹과 감천마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