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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내 고향의 보령댐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대천해수욕장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다 안다. 모르면 간첩으로 신고된다. MT겸 워크샵까지 다녀온 학생들에게 촬영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수업은 끌리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1박2일의 첫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드라이브를 떠났다. 목적지는 보령댐이었다. 나 또한 고향이지만 몇번 가지 않은 곳이라서 더욱 그곳을 강추했는지도 모른다.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을 떠올린다. 여유로운 몸짓을 하는가 하면 정말로 총기를 점검하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의 모습도 있다. 벌써 준비를 끝내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세상이나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기 마련이기에 먼저 춤사위를 펼친다고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 다른 몸짓, 유독 카메라를 의식하는 여인이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관리하는 자의 모습이다. 언제 찍힐 지 모르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신의 모습에 얼짱각도를 하고 있다. 멀리에서 보일 둥 말 둥하는 모습을 연신 보여주고자 손짓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별 사람이 다 있으니 그를 나무랄 수가 없다.

과연 이 여인이 찍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찍는 것은 자신을 찍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샷이다. 그냥 외형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건지고 있는 것이다. 갸우뚱하는 자세임에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찾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며 사진을 찍는 사이, 전망대의 카페에는 우아한 자태를 한 테이블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화분에 담긴 화초들은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아치형의 의자에는 분명 주인의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한 음악이 아메리카노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이 과정(인물사진 컨텐츠전문가 과정)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여인들의 미소를 보라. 사진이 아닌 현장에서 바라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사람의 관계는 디지털적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것에서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현대화된 스마트폰의 SNS도 그 이상의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사진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이쁜 것과는 다른다.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한결같이 흥겨운 모습들이다. 보기에 즐겁다. 이것이 아름다움의 어원이 아니던가?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천지창조이래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아닌가 싶다. 누가 찍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찍혔는가, 그리고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간단하게나마 이런 광경을 올렸는데 고향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처의 면사무소에 근무하는데 연락을 안했느냐고 말이다. 학생들과 같이하느라그랬노라고 변명했지만 못내 서운한 기색이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보령댐은 충청의 젖줄이지만 그날만큼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나는 진정 대천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