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정기간 어느 공간 속에서 움직이다가 죽는다. 간단한 명제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우물쭈물거리다가 그럴 줄 알았다는 유명인의 코믹스런 묘비명이 기억난다.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도 성현들의 발자취에서 '현명한 삶'에 대한 물음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분홍장미, 붉은 장미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특이하게 다가왔다. 여기서 우리란 나와 나의 아내를 말한다. 지인의 초대를 받아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최초로 접했던 장면이다. 분홍색은 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트모양으로 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 니 여성의 손길이 확실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남성의 작품이었다. 그럼 그는 여성적?
가지고 간 카메라를 와이드 모드로 놓고 찍었다. 좌측에 살짝 보이는 마루에는 우리를 기다리며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식탁위에 놓여져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인생을 논했다. 삶이 별거냐, 서로 즐겁게 웃음지으며 어깨동무하며 사는 것이지. 난 그날 그랬다. 맛난 음식이 있고, 정겨운 사람이 있으니 더 이상의 또 무엇이 그 시간에 필요했을까?
활짝 핀 꽃이 이 부부를 닮았다. 녹색으로 코디네이션을 한 내외는 싱그러운 느낌을 우리에게 연신 줬다. 손수 준비한 주부 10단의 음식은 입에 착착 달라 붙었다. 부인의 손길을 다정하게 바라 보는 눈길에서 그들의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50대가 되면 이젠 권태로울 수도 있으련만 예리한 나의 눈길에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야생화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인간의 모습과도 닮았다. 자연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함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듯했다. 석양이 저물며 노랑색의 하늘을 하고 있었다. 삶을 계획하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부부는 그렇게 살아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임에 트림없었다. 사진을 찍으며 몇 년전 만났던, 그리고 형님 아우로서의 우의를 다지며 살아온 우리 만남은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함께 하길 간절히 바라며 행복한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은 쪽수가 아니라 질이다. 허겁지겁 쪽수채우려고 살다보면 남는 것이 없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김호정형님 즐거웠습니다." 이런 말을 던지는 것은 매너다. 나는 매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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