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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중앙대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

가족사진은 방법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하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교수님, 가족사진 13명을 찍어야 하는데 스튜디오는 좁고 기본 조명 5개구요, 포징과 조명법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다급한 메시지가 긴장한 얼굴이 역력하게 다가왔다. 뭔가 하겠다는 제자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짧은 시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개념을 알려주고자 한다. 그러나 가족사진이라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오랫동안 가족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해왔지만, 뭔가 의미를 부여하며 준비하는 과정과 현장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다른 시각에서 사진의 의미는 달라진다.

한줄의 글 속에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것이 전부 들어있다. 가족사진 13명이라는 인원은 초보사진가에게 부담스러운 인원이요, 그가 말한 협소한 공간에 대한 부분도 부담이요, 조명의 숫자와 포즈와 조명까지도 부담이다. 그럼 사진을 찍지 말자는 말인가?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당연히 가르쳐줄 것이라 믿는 압박성 멘트가 당당한 사진가의 자질이 보여서 좋다. 

고객이 촬영을 의뢰해오면 고객이 할 수 있는 것은 의상의 준비이며 마음의 준비밖에는 없다. 제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일명 '깔맞추기'이다. 하이키, 미드키, 로우키로 나뉘어지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의 톤도 바뀌는 것은 기본이면서 얼굴의 표정까지도 약간씩 달라진다. 물론 하이키는 무지 밝은 표정을 한다면, 로우키는 위엄있는 자세와 표정을 지어주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런 것까지 너무 많은 부담으로 시작하면 첫걸음도 딛기전에 넘어지고 말 형상이다. 이번 가족들은 하이키라 했다. 그 전제에서 조언해 주고자 한다.누구나 청바지 없는 사람없고, 흰색 티나 셔츠없는 사람없다. 없어도 구입하는데 얼마 안든다. 한번 투자하라고 권하면  어디에서든 구해온다. 디자인이나 색깔이 너무 똑같으면 패션테러리스트가 될 위험이 있다. 위의 가족과 친구들처럼 저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색깔 톤만 같이 흘러주면 아주 좋다. 이렇게 준비되면 그냥 눌러도 50%는 먹고 들어간다. 지나가는 행인이 찍어도 기본은 보장된다는 말이다.

좁은 공간을 감안하면 10명이 넘는 인원을 전신으로 촬영하는 것보다는 상반신으로 해서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중점을 두면 된다. 3대가 찍는 사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들이 함께 찍는 사진도 권할만 한다. 원래 나이들면 아이들하면 모든게 용서되는 터라 아주 좋다. 같이 찍는다는 것은 의미이전에 그들에게는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가 있더라도 원래 당신들이  탄생시킨 자식들과 찍는 것도 좋아한다. 이 두가지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딱이다. 성격있는 며느리와 자존심 강한 사위가 있는 집안은 고려해 봐야 한다. 잘못하면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정통 포트레이트는 자세와 구성에 대한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하이키 사진에서는 그냥 즐거운 모습만 찍어도 된다. 사실 대한민국의 현실상 이렇게 모여서 얼싸안고 웃으며 지내는 시간은 별로 없다. 이렇게 한번 해본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대단한 이벤트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단체사진을 설명하기 위하여  예시로 든 사진이다. 이렇게 뭔가 즐거운 이야기나 시선 집중용 사건을 만들어 놓고 흥겨운 시간을 주면 사진이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되면 질문에 대한 것이 끝난다. 이유는 짧은 시간에 포즈를 하나 하나 이야기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 또 하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조명이다. 그러나 조명은 단체사진이나 개인 독사진이나 다르지 않다. 얼굴 숫자만 많아질 뿐 조명은 다르지 않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만큼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여 조명 구성을 하면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키라이트, 필라이트, 백라이트, 그리고 절절한 상황을 봐서 헤어라이트를 세트하면 된다. 조명이 부족하면 아이키에서는 헤어라이트를 안써도 무방하다. 잘 못 쓰면 이상한 사진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사진은 특히 가족사진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한명의 사진가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송두리채 망가트릴 수도 있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메카니즘에 급급하다보면  진정으로 가족들의 흐름을 잡아낼 수 없다. 포즈는 즐거운 상황으로 만들면 되고, 조명은 한명의 얼굴에 비춰지는 그 구성을 덩어리만 크게 잡으면 된다. 미리 준비해 온 의상을 입고, 얼싸안고 웃어재끼는 사진이상 더 환상적일 수는 없다. 다만 카메라를 든 사람이 신뢰감이 있도록 여유있는 리드가 중요하다. 사진은 메카니즘이나 방법이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그 기억들에 의하여 그 가족의 미래가 재구성됨을 인식하길 바란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