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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도사모, 도전하는 사진가들의 모임 전시장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장애인들의 순수함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로 인하여 그들과 친해졌다. 서로 친하다고 말하기엔 좀 어폐가 있을 것 같고, 내 스스로가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놨다. 몇 년전 국제 장애인 선수권대회에서 인물사진 종목 선수들을 지도하면서부터였다. 그곳에서 만난, 물론 직접적 지도를 하지 않았던 야외촬영 선수였던 박숙은씨와의 인연으로 '세상은 여행이다.'란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하게 되었다. 

홍대 근처 아담한 전시장, 그들의 생각을 전시하고 있었다. 10여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버티고 여기까지 온 이야기가 짧을 수가 없었고 가볍게 들리지도 않았다. 산만한 나도 경청할 수 밖에 없는 그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다. 두분의 지도 작가가 있었고, 여성작가께서 당당하게 그들이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회장이다. 지체장애로 인하여 몸이 자유롭지가 않음은 사진으로 익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말은 그렇지 않았다. 언어란 전달이고 그 과정을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들이 정제되어 있었다. 쉼호흡하나까지 오랜시간 연습에 의해서 완성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똑바른 단어들이 나에게 쏙쏙 들어앉았다. 그렇게 오프닝은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작가 한 분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세련된 화법을 통하여 발설하고 있었다. 그간의 과정, 그들마의 호흡, 그리고 자신들의 행위에 의해 세상으로 샤우팅을 하지 못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함께 희망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몸짓이 샘플링이 될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어휘가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환경이라는 낯설고 불편한 것들이 과연 작가에게 자기표현에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를 되새김질하도록 채찍하고 있었다. 안일한 환경은 정신을 흐리게 한다. 혹독한 추위는 사람에게 생존을 고민하게 하는 사고의 부추김처럼 이들에게 현재는 더 많은 사고의 틀을 만들어내는 발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샴페인을 터트리는 듯한 몸짓이 여느 파티장과는 다른 정서로 다가왔다. 축복 받아 마땅하다는 공감이 진정한 축복속으로 몰고 가는 듯했다.

카메라를 들고간 나는 그들에게 기념촬영을 찍어주는 기회를 얻었다. 나의 특유한 촬영액션에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리액션해줬다. 이렇게 그들의 2013년의 겨울은 저물어만 갔다. 새로운 세상이, 새로운 생각이 그들에게 감쌈이라는 형태로 다가올 것을 믿는다. 따스한 하얀색으로...

세상은 인연이란 것으로 많은 관계를 설정해준다. 나는 지도작가의 소개를 받고 과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어떤 감정을 접하게 되었다. 이정률작가, 장애인들에 관한 전시를 다수했다는 그는  나에게 낯익은 존재였다. 호구조사를 마치고 27년전 용산구 이촌동의 어느 독서실에서의 인연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독서실에서는 일단 두명의 작가가 배출되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전시회에 다녀온 후 나의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적었다. 이 글을 읽은 나의 페친들이 여러명이 전시장에 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sns세상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시회 하나를 강추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국민사진작가 시대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화려한 전시공간, 멋진 포퍼먼스가 곁들여진 전시장이 아닌 마음으로 찍어낸 진정한 예술가들의 몸짓을 읽을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장소는 약도를 참조하고, 내일까지 3일간만 전시한다. 살아가면서 안보면 안되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관람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진세계가 허접해지는 상황이 되는 전시가 있어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이 전시장에 가면 필히 작가들의 설명을 들어야한다. 그들의 정제된 목소리, 자유로운 몸짓, 무장한 철벽언어. 이것을 경험하러 오늘은 홍대의 흥겨움에 빠져보길 바란다. 
나는 이 작가중에 미모의 여인, 박숙은씨와 친하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면 될 듯하다. 

다시한번 압박한다. 안가면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삶은 여행이다. 전시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큰 틀로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가는 것같은 느낌의 여행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여행과 나의 여행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지금 그것을 생각하는 중이다. 


도사모, 도전하는 사진가들의 모임 전시장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