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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몽유도원전, 이동연, 임태규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전시는 보여주는 것이다. 노출증.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자하는 사교적 성향의 포출이다. 자신의 오랜 생각이 녹여져 있다. 붓으로 덧칠하며 그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 그림이며, 생각이 새끼를 치는 글쓰기와 매 한가지다. 사진도 진행 과정에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실행에서 얻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들이다. 북촌 한옥마을 입구, 아담한 가옥을 개조한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시장 외부에 보여진 한복입은 여인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아담한 전시장에는 붓으로 그린 그림이 인상적 이었다.

문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전시실 안에서 비춰지는 빛과 어우러지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송하  미인도였다. 송하 맹호도가 떠올랐다. 김홍도의 작품으로 소나무 밑 호랑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색, 사라쿠'라는 소설에서는 신윤복이 김홍도의 제자로 나오며 신윤복이 따라 그리기했던 기억이 났다. 호랑이의 털을 그리는데 얇고 힘차서 그리는데 얼마나 힘들었든지, 소설에서 표현된 글귀는 이렇다. '양쪽 어깨가 뻑쩍지근하여 죽을 지경이다'. 미인도에는 여인의 머릿결이 얇은 연필로 그린 것처럼 보였으나 붓으로 그렸다 했다. 화가의 고단함이 묻어나 있었다. 큰 그림도 그 안에 여인의 모습은 어김없이 미세한 붓터치를 통하여 그려져 있었다. 두 작가의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송하 미인도에만 눈길이 갔던 것이 바로 송하 맹호도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작가는 말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과거는 그리움처럼 밀려온다고. 상징적으로 한복이 그것이었는데, 현재 핸드폰과 노트북을 비롯한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지만 느리게 걷기의 갈망이 그 옛것을 '한복입은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나에게 사진이란 표현도구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현대의 인물들 속에 놀이로써의 도구들을 품고 있도록 한다음 사진으로 표현은 어떨까를 생각해봤다. 좋은 작품은 눈으로 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통하여 다양한 생각 속으로 접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더 명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과거, 단순하게 나에게는 어린시절로 돌아가면 제기차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연날리기 등 지금은 잊혀졌거나 너무나 현대적으로 변해버린 기억들이 있다. 그것의 재현이며, 그것을 통하여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인간의 갈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송하 미인도의 붓으로 그린 터치감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는 생각의 교차가 존재함으로 다른 사람의 또 다른 미래를 꿈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본 전시 뿐만 아니라, 작가의 오랜 작업들도 선보이고 있었다. 그 안에 매달린 작가의 생각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음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여인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의 갈망을 표현하고자하는 집요함과 몰입이 보였다.

북촌 한옥마을은 주말이어서 인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전시장을 찾는 지인들과 다른 감상자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전시는 그 목적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만이 아니라, 공감하는 사람이 모이는 것이 작가의 의도와 부합한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림과 사진은 다르지 않다. 의지를 생각 속에서 완성하는 것이 그림이라면, 사진은 현재의 모습에서 생각을 더듬는 것이다. 겉은 다르나, 같은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오늘도 창작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아 세상을 유람하고 있다. 단지 전시장 뿐만이 아니다. 말과 표정, 그리고 sns의 네트웍 속에서도.


몽유도원전, 이동연, 임태규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